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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 갈대명소/비취빛 물결·황금빛 파도 "만추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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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 갈대명소/비취빛 물결·황금빛 파도 "만추의 합창"

입력
200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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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늦가을의 상징이다. 겨울이라는 세월의 마디를 준비하는 큰 의미이기도 하다. 동해안 석호의 갈대가 맑고 깨끗한 이미지로 그것을 전한다면 서해와 남해안의 갈대는 뭉클한 갯내음과 함께 다가온다. 서·남해안의 갈대 명소를 찾는다.

금강 하구둑(전북 군산시, 충남 서천군)

전북 장수군의 수분리에서 발원한 금강은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을 구불구불 돌아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장항)에서 서해로 흘러든다. 약 400㎞를 달려온 물이 모이는 곳이 금강하구둑이다. 뱃길을 이용해야 했던 군산과 장항 사이는 둑이 연결되면서 단숨에 차로 왕래하게 되었고, 주변의 경관도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달라졌다. 이제는 사시사철 관광객이 모이는 내수면 관광지가 됐다.

갈대는 하구둑에서 약간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구경할 수 있다. 너른 하구의 물빛을 배경으로 누렇게 익어가는 갈대꽃이 일품이다. 금강하구둑도 새들의 천국이다. 지금은 토박이 새들이 갈대 사이를 유유하게 돌아다니지만 이제 '진객'들을 맞을 때이다. 고니, 검은머리갈매기 등 희귀한 조류도 구경할 수 있다.

금강하구둑 인근에는 볼 만한 것이 많다. 민속자료 제24호인 고택 채병원 가옥, 기념물 제87호인 옛 군산세관, 문화재 제116호인 임피향교 등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며 역사와 선인의 생활을 생각할 수 있는 볼거리들이다. 군산조류공원은 하구둑에 살고 있는 조류의 생태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IC에서 빠져 706번 지방도로-29번 국도를 차례로 갈아타면 금강하구둑에 닿는다. 농어촌진흥공사 금강사업단 (063)450-9999

보길도(전남 완도군)

보길도는 조선시대 때 고산 윤선도가 난세를 등지고 제주도로 향하다가 섬의 아름다움에 취해 눌러앉은 곳이다. 숙종 때에는 송시열이 83세때 세자책봉 관계로 상소를 올렸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 제주도로 귀양가는 도중에 잠시 머무르기도 했다. 사실 보길도는 그들이 남긴 자취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렇다고 자취만 있는 섬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아름다운 자연이 더 많다.

보길도의 갈대밭은 독특한 곳에 있다. 보길도는 묘하게 생긴 섬. 큰 덩어리에 꼬리처럼 가느다란 반도가 붙어 있다. 이 반도가 시작되는 곳에 통리해수욕장이라는 모래가 맑은 바닷가가 있고 그 앞에 보길저수지가 있다. 가을이 익으면 저수지 전체가 갈대밭이 된다. 저수지를 바라보면 황금빛 파도가 일고,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면 비취빛 파도가 인다. 묘한 경험이다.

보길도는 돌아볼 것이 많은 섬. 세연정 등 윤선도의 유적은 기본이다. 11월이면 동백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4월까지 꽃잔치가 열린다.

보죽산에 오른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가파르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땀을 낼 수 있다. 보옥리 부둣가에서 시작해 정상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역시 정상의 경관이 일품이다. 남쪽으로 태평양이 눈에 들어오고 바다에 점점이 자리한 섬들의 행렬은 꿈결같다.

예송리 해안도 찾아야 한다. 현지에서 깻돌이라고 부르는 까만 돌이 깔린 해안이다. 여름이면 피서 인파가 돌만큼 몰린다. 깻돌 바깥으로는 푸른 숲이 펼쳐진다. 상록수림이다. 동백은 물론 사철 잎이 푸른 다양한 활엽수들이 있다. 해남의 땅끝에서 배를 탄다. 하루 8차례 왕복한다. 승용차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호이다. 보길도에도 대중교통이 있지만 차를 갖고 들어가는 것이 편하다. 보길면사무소 (061)550-5611.

덕적도(인천 옹진군)

덕적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남서쪽으로 80㎞ 지점에 위치한 섬이다. 수도권에 있고 아름다운 해안이 이어져 있어 서해안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섬 중의 하나이다.

갈대 군락지는 선착장에서 북으로 8㎞쯤 떨어진 북리에 있다. 자갈밭해수욕장과 접해 있어 갈대와 기암이 어우러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찍기에도 그만이다.

덕적도는 36㎢의 비교적 넓은 섬. 해발 292m의 비조봉 아래로 돌아볼 것이 많다. 우선 서포리해수욕장을 찾는다. 소나무숲과 고운 모래, 맑은 물 등 여행지로서의 요소를 골고루 갖춘 곳이다. 20년 전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각종 편의시설도 부족함이 없다. 철 지난 바닷가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다.

비조봉 산행도 매력적이다. 산행 코스는 모두 세 가지. 코스에 따라 2시간∼2시간30분 걸린다. 섬 산이 대부분 그렇듯이 정상에서의 조망이 압권이다. 사위를 둘러 보아도 섬과 바다 뿐이다. 식수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덕적도에 가는 배는 인천연안여객터미널과 대부도선착장 등 두 곳에서 출발한다. 인천에서는 평일 두 차례, 주말과 공휴일에는 세 차례 왕복한다. 대부도에서는 하루 두 차례 왕복하는데 자월도를 거친다. 인천에서는 약 1시간, 대부도에서는 1시간40분 걸린다. 덕적면사무소 (032)831-7701.

/권오현기자 koh@hk.co.kr

● 갈대와 억새 구분법

많은 사람들이 갈대(왼쪽)와 억새(오른쪽)를 혼동한다. 크기나 꽃 피는 시기, 이삭의 모양 등이 비슷해 외견상 구분이 어렵다. 갈대는 외떡잎 식물 화본목 화본과의 여러해살이풀이고 억새는 외떡잎식물 벼목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분명 분류부터 다르다.

가장 쉬운 구분법은 갈대는 강이나 바다 등 물가에, 억새는 산등성이나 언덕에 자란다는 점이다. 습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 갈대, 마른 땅에 있으면 억새이다. 특히 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억새이다. 갈대는 해발 400m 이상인 곳에는 거의 없다. 이삭으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갈대는 이삭이 연한 갈색이면서 며칠 감지 않은 사람의 머리처럼 이삭들이 뭉쳐 있다. 억새의 이삭은 백색에 가까우면서 한 올 한 올 분리되어 있다. 쉽게 배우는 방법은 무성한 갈대밭에 드문드문 피어있는 억새를 보는 것이다. 확연히 구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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