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김영일(사진) 전 사무총장과 SK비자금 100억원 수수 장소를 상의했다는 최 의원 주변 당 관계자의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김 전 총장이 100억원이 당에 들어오기 전에 이를 알고 있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만약 김 전총장이 알았다면 비자금 파문은 당시 선대위 공식라인으로 급속히 옮겨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전후보나 서청원 선대위원장의 인지여부에 까지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최 의원은 비자금 수수 시인 이후 줄곧 "나는 전달자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며 모금을 주도해온 사람은 따로 있음을 시사해왔다. 또 '그 사람이 누구냐'는 대목에서는 "정치도의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의원이 김 전 총장과 돈 수수장소를 의논했다면 김 전총장이 모금에 개입했거나, 적어도 그 과정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커진다.
김 전 총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SK비자금과 관련해서는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유입 사실을 처음 알았다" 고 밝혔다. 유입 전에는 몰랐고, SK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과 수수는 최 의원 스스로 알아서 했다는 얘기다.
김 전총장은 이날도 돈 수수장소 상의 발언에 대해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리려는 악랄한 음해"라고 반발했다. 그는 또 "최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고교 동창이고 평소에도 '선배'라고 부르며 대접했는데 내가 돈 심부름이나 시켰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총장과 최 의원이 자금수수 장소를 상의했다는 주장은 김 전 총장이 비자금 수수사실을 이전 단계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만약 김 전 총장의 비자금 수수를 사전 인지했다면 이회창 전 총재와 서청원 전 대표도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당 안팎에선 당시 김 전 총장이 이 전 총재에게 주요 사안을 직보할 만큼 가까웠다는 상황을 중시하고 있다. "대선자금 집행문제는 내 독자적으로 했다고 할 수 없다. 윗선과 상의한 것 아니겠느냐"는 김 전 총장의 발언도 이런 상황에서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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