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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압에 맞서 죽음항거 恨풀어줄것"/안기부 터서 "解寃굿"연출 전식렬씨 "일부건물 등 역사현장으로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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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압에 맞서 죽음항거 恨풀어줄것"/안기부 터서 "解寃굿"연출 전식렬씨 "일부건물 등 역사현장으로 남겨야"

입력
200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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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보안법'이라는 말이 있지요. 막걸리 마시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남산으로 끌려가던 그 시절, 걸면 걸리던 국가보안법을 우리끼리 부르던 말이죠."11월1일 남산 옛 안기부(국가정보원)터에서 열리는 '해원(解寃)' 굿의 연출을 맡은 민족춤패 '출(出)' 대표 전식렬(35·사진)씨는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초리에 항상 주눅들었었던 모든 이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 이번 공연의 목적"라고 말했다.

건국대 법학과 89학번인 전씨는 "처음 춤을 배운 대학시절에만 해도 감히 안기부 터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언론과 결사의 자유는 죽음으로 폭압에 맞선 숱한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안기부 터에 유스호스텔을 지어 수익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역사의식 결여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서대문형무소를 독립공원으로 조성한 전례를 따라 인권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27개 건물 중 4개동 만이 남아있는 것은 아쉽다"며 "최소한 최종길 교수가 추락사한 본관과 숱한 민주인사들이 고문을 당했던 별관 취조실 정도는 역사의 현장으로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교방무(기생들이 추는 춤)가 아닙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진짜 살풀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전씨는 "이번 공연이 민주열사들이 고문 당하던 모습을 재연하고, 이승을 떠도는 원혼을 불러 한을 풀어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해원 굿은 전통 굿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공연"이라고 장담했다. 현재 서울소방방재센터광장이 들어서 있는 자리에서 열리는 1일 공연은 문성근씨가 사회를 보고, 영화배우 정진영씨, 시인 김진경씨 등이 특별출연한 가운데 많은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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