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외환위기 이후 대립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국의 노사관계와 관련, 노·사·정의 조정능력 결핍을 지적했다.루치오 바카로 선임연구원 등 ILO 관계자들은 28일 노사정위원회와 ILO가 공동 주최한 국제워크숍 '한국의 단체교섭구조와 사회적 대화'에서 한국 노사관계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노사간 불신이 심해지면서 노사 분규가 1997년 78건에서 2002년 321건으로 급증했다"며 "노사간 핵심 쟁점이 임금·근로조건 등 노조활동 보장 문제에서 근로자의 생존과 직결된 고용문제로 바뀌면서 노사 대립적 관계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카로 선임연구원은 대립적 노사관계의 원인으로 노사 양측 모두 분쟁을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연합회 등 사용자단체들 내에서도 상호조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등 노사관계 대응 역량이 취약하고, 사용자측이 노조에 대해 배제 및 억압으로 일관, 노조로 하여금 대화와 타협보다는 투쟁을 선호하도록 했다"고 진단했다.
바카로 선임연구원은 민주노총 등 호전적인 노조에 대해 "상급단체의 지도력이 미약한 탓에 지도부가 조합원의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노조가 사회·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들을 개별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노사간 대화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ILO 패트리샤 오도노번 사회적대화국장도 "해외에서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의 단체교섭구조는 노·사·정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오도노번 국장은 최근 노동자의 잇따른 분신, 자살에 대해 "매우 충격을 받았다. 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 및 노사관계의 심각성을 노·사·정이 깨달았을 것"이라며 노·사·정 모두의 변화를 촉구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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