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이 뛰어보기는 처음이예요." 프로농구 전주KCC의 백업가드 표명일(28·182㎝·사진)이 새로운 스타탄생을 알렸다. 표명일은 기아(현 모비스) 시절 대선배 강동희의 그늘에 가렸었고 지난해 KCC로 이적해서는 역시 '넘기 힘든 벽' 이상민의 뒤를 받쳐야만 했던 만년 '넘버 투'.하지만 이상민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26일 홈코트에서 열린 원주TG와의 경기에서 스타팅멤버로 나선 표명일은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비가 뛰어난 표명일은 상대 주전가드 신기성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패스루트를 차단, TG 공격의 맥을 끊어버렸다.
"그만 붙어. 힘들어 죽겠어"라고 볼멘소리를 하던 신기성은 결국 4쿼터 허재로 교체됐고 스피드에서 앞서는 표명일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공수에서 맹활약,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종료 3초전 허재를 따돌리고 결승 레이업슛을 성공시킨 표명일은 "최대한 패스를 늦게 하도록 상대 가드를 괴롭힌 것이 적중했다"면서 "내 역할은 수비이고 그렇기 때문에 2인자에 만족한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표명일은 사실 올시즌을 앞두고 숙소에서 자진 합숙하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 수비를 강조하는 신선우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놓았었다. 신 감독은 밤 늦게 체육관의 불을 밝혀놓고 훈련했던 표명일을 두고 "노력하는 선수에게 믿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장기 레이스인 만큼 그에게 보다 많은 출장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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