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에 한번 간 적은 있지만 25일 밤엔 가지 않았다."열린우리당 송영진 의원이 26일 밤 '서울 미8군 사령부내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는 27일자 동아일보 가판 보도에 대해 보인 첫 반응이었다. 송 의원은 이 말 한마디만 남기고 일절 연락을 끊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배의 소개로 25일 저녁 9시께 카지노에 갔고, 100달러짜리 칩 5개로 블랙잭을 하다 모두 잃어 다음날 새벽 2시께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죄송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갖고 깨끗하게 사과하는 게 어떠냐"는 요청에 "잘 한 일도 아닌데 일을 벌려서 얘기하는 것이 어렵다"며 뒤로 숨었다. 그러면서 보도자료만 달랑 내어 "국민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했다. "잠깐 들렀을 뿐 거액이나 상습도박을 한 사실은 없다"는, 궁색한 변명도 따라붙었다.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곳인지 몰랐다"고도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인지.
국회의원이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카지노에 갔다는 것만으로도 지탄을 면키 어렵다. 하지만 거짓말을 했다 번복하고, 사과하면서도 구질구질하게 말을 늘어놓는 모습은 더욱 보기 좋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인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법적 대응' 운운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때마침 27일은 '깨끗한 정치, 새로운 정치'를 내건 우리당이 창당준비위를 발족하는 날이었다. 이날 송 의원은 충남도 창당준비위원장도 맡았다. 잔칫날에 재 뿌리지 않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처신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
정녹용 정치부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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