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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누가 오디션을 두려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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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누가 오디션을 두려워하랴

입력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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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팅힐에서 남자 주인공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는 미국 여배우 안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을 만나러 호텔에 갔다가 기자로 오해 받는다. 둘 사이를 모르는 매니저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고, 윌리엄은 '말과 경마' 기자라고 둘러댄 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영화에서 말 연기는 어땠나요?" "우주 공간이 배경이라 말이 안 나오는데요" "ㅜㅜ"물론 실제 배우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세계 각국 기자가 서로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미국 버뱅크에서 마련된 '매트릭스―레볼루션'의 인터뷰는 제작자 조엘 실버와 4명의 배우가 들어왔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8명의 기자들은 온통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에게 관심을 쏟았지만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는 니오베 역의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털어놓은 '오디션 낙방기'였다. 스미스는 원래 트리니티 역을 지원해 오디션을 보았으나 최종 결선에서 그만 캐리 앤 모스에게 밀리고 말았다. 낙담해 있는데 '니오베'라는 역 제안이 들어왔고, 남편 윌 스미스도 부추겨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는 것. "캐리 앤보다 트리니티 역을 더 잘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걸요. 세상 누구보다도 100만 배는 잘한 것 같아요." 진의를 의심케 할 정도의 과도한 칭찬이 듣기 거북하기도 했지만 '낙방' 사실을 숨김없이 밝히는 그녀의 태도는 당당하고 멋졌다.

자, 우리 충무로에 이 공식을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오디션 현장은 당연히 낯선 사람들로 붐빈다. 대학로 연극이나 TV 조연들도 간혹 눈에 띌 정도지만, 스스로 '좀 떴네'를 자부하는 연예인들에게 '오디션'은 치욕이고 굴욕이다. 김선아 하지원 김정화 같은 배우가 주연 혹은 중요한 조연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 현장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어느 감독은 "다른 배우에게도 대본이 갔다고 하면 금세 삐치는 게 우리나라 배우다. 남녀 가릴 것 없다"고 푸념했다.

특정 배역에 맞을 듯한 배우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최적의 연기자를 뽑으려면 영화 대사로 카메라를 통해 테스트 하는 게 최고다. 이미숙은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중년 배우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엽기적인 그녀'가 될 수는 없다. 감독의 일방적 사랑만을 원치 않는 배우, 자신이 누군가와 비교된다는 것쯤은 당당히 인정할 줄 아는 배우. 이런 배우가 보고 싶다. 물론 "나한텐 당신뿐이야! (오늘은)" 이런 말은 예의상 필요하겠지.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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