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파병 논란이 어지러운 정치판 소용돌이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상황에서 이라크 현지 정세가 극히 불안하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26일 미 국방부 부장관 일행이 머물던 바그다드 알 라시드 호텔이 저항세력의 다연장 로켓포 세례를 받아 10여명이 사상한 사건은 저항 규모를 애써 축소하던 미국에 충격을 안겼다. 27일에는 국제적십자위원회 건물을 노린 폭탄차 공격으로 15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공영방송 MBC와 KBS는 잇따라 현지 르포를 통해 심각한 치안 불안과 우리 파병부대의 피격 위험을 보도, 많은 국민에게 이라크 현지상황을 새롭게 인식하게 했다.강력한 방어 체제를 갖춘 미 점령군 거점과 국제기구 건물이 잇따라 공격받는 상황은 저항 세력이 갈수록 조직화하고, 국제기구까지 적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대로 가면 본격적 게릴라전 양상으로 발전할 것이란 분석이고, 프랑스가 게릴라전의 수렁에서 끝내 패퇴한 알제리 반란을 상기시킨다는 지적마저 있다.
한층 심각한 것은 파병 예정지역인 북부 모술의 상황이다. 방송르포에서 보듯이 이곳은 결코 통상적인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할 상황이 아니다. 정예 미 공수사단 병력이 완전무장 상태로 전투정찰을 해야 하는 곳은 전투지역이나 다름없다. 이런 곳에 어설픈 명분을 앞세워 대규모 파병을 감행했다가 우리 장병의 인명 피해가 잇따른다면, 현지 상황이 안전하다고 떠들던 이들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이제라도 파병에 관한 무지몽매한 논란을 탈피, 진지하게 그 위험성을 따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젊은 장병 수천명의 생사가 걸린 파병을 놓고 국익 논란에만 매달리는 것은 잘못이다. 무엇보다도 장병의 안위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정부와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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