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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적대적M&A 비상

입력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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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비중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전체 시가 총액 329조원(22일 기준) 가운데 외국인 보유 시가 총액이 131조원을 기록, 사상 최고치인 39.8%까지 치솟았다. 특히 10대 그룹의 시가 총액 외국인 보유 지분은 44.3%(7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53.3%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고 SK그룹의 41.5%, 현대차그룹의 40.6%도 외국인 소유다.

이처럼 외국인 지분이 급증하면서 상당수 대기업들이 적대적 M&A 가능성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는 27일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보통주 91만주(0.42%)를 장내에서 매입, 4.40%의 개인 지분율이 4.82%로 높아졌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일본 미쓰비시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주식 1.71%를 매입, 주목을 끈 바 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지분확보 노력은 현대차 지분 10.46%를 갖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5% 주식 추가 매입권한을 행사, 1대주주가 되려는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템플턴자산운용도 현대산업개발 주식을 대거 매집, 정몽규 회장 등 최대주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템플턴자산운용은 9월9일부터 10월17일까지 현대산업개발 주식 92만2,640주(1.23%)를 추가로 장내에서 매입했다. 이에 따라 템플턴자산운용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은 기존 14.97%에서 16.20%로 높아졌다.

현대산업개발 최대 주주인 정 회장 외 특수관계인 7인의 현재 지분율은 17.03% 수준. 템플턴자산운용이 기존 최대주주와의 지분 격차를 불과 0.83% 수준으로 좁힌 것이다. 템플턴자산운용이 경영권 확보를 노릴 가능성은 낮지만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며 압력 등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인회의소(회장 박용성)는 이날 '경영권 방어제도의 역차별 현황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선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대항하기 위해 이사회 결정만으로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들이 시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독약 처방'(poison pill) 등을 쓸 수 있다. 또 대주주 지분은 일반 주식보다 의결권을 수십배씩 갖는 차등의결권주식 발행 제도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에 의한 그린메일(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비싼 값으로 보유주식을 되파는 일)이나 적대적 M&A에 대항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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