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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40>/존 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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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40>/존 로크

입력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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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년 10월28일 영국 철학자 존 로크가 72세로 작고했다. 로크는 영국 경험론의 초석을 놓은 철학자 가운데 하나다. 주저로 '인간오성론'(1690)이 꼽힌다. 로크는 이 책에서 인간의 마음이 선천적으로 갖춘 본유관념을 부정하고, 관념이나 지식을 포함한 인지(人智)는 모두 감각과 반성이라는 두 가지 경험 통로를 거쳐 후천적으로 얻어진다고 주장했다. 로크가 생각한 인간의 마음은 외부에서 빛이 흘러 드는 암실이나 아무 글씨도 쓰이지 않는 백지 같은 것이었다.동시대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로크의 '인간오성론'을 비판한 유고 '신인간오성론'(1765)에서, 로크가 생각한 경험 이전의 그런 마음 상태를 '타불라 라사'라고 불렀다. 타불라 라사는 라틴어로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서판(書板)'이라는 뜻이다. 그 서판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듯, 인간의 마음에도 감각과 반성이라는 경험의 글씨가 쓰여지면서 이해력이 태어난다. 라이프니츠의 이 비유 이래 타불라 라사는 로크의 인식론을 압축하는 표현이 되었다.

정치사상사에서 로크는 홉스나 루소와 함께 사회계약론의 대표적 주창자로 꼽힌다. 자연 상태에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만 있고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하여 늑대이므로 평화를 얻기 위해 자연권을 지배자에게 위양해야 한다고 본 홉스와 달리, 로크는 계약을 통해서도 생명·자유·재산 같은 자연권은 지배자에게 위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홉스가 이상적인 국가 형태로 본 절대군주제는 로크가 보기에 자연 상태보다도 더 나빴다. 로크의 사회계약론은 또 인민의 일반의지라는 개념에 치우쳐 전체주의로 통하는 문을 슬그머니 연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달리 자유주의와 친화적이다. 시민의 저항권과 주권재민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로크는 서유럽과 미국의 시민 혁명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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