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7일 한나라당에 유입된 SK비자금 100억원의 사용처까지 확인하겠다며 사실상 수사확대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무제한적 특검제 도입을 주장하며 수사에 반발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검찰간 극한 대치가 예상되고 있다.사용처 수사 배경
검찰은 정치권이 먼저 사용처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특별한 배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기소를 위한 수사'는 돈이 전달되는 과정까지만 수사하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사용처 수사를 통해 공모관계와 죄질의 정상 부분이 드러날 수 있다"며 "그래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받은 11억원의 수사와도 형평성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민들이 사용처를 궁금해 하고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며 의혹 해소도 수사의 배경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의 강공은 정치권의 특검제 도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수사확대 어디까지
검찰은 아직 계좌추적은 하지 않고 있으나 필요할 경우 한나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선자금의 '아킬레스건'인 당 계좌의 추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간은 연말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일단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자금을 관리한 이재현 전 재정국장이 수사의 관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씨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경기고 후배로 당 자금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핵심 인사다. 검찰은 이씨의 입을 통해 비자금 조성과정에 연루된 윗선과 배후, 후원금 대책회의, 모금 독촉반, 타기업 모금, 대선자금 장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인데 어느 것 하나 파장이 만만치 않은 사안이다.
이씨 입 열릴까
그러나 이씨는 자금조성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비자금만 해도 "최돈웅 의원이 가져가라고 연락해서 움직인 것"이라며 오히려 최의원이 주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동부이촌동 H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밤늦게 돈을 받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로 옮겨 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의 주장은 "자신은 중개역에 불과했고 당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최 의원의 말과 상반된다. 검찰은 그러나 100억원 조성경위에서 사용처까지 상당한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씨도 최 의원처럼 버티지 못하고 입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용처가 확인되면 한나라당은 또 한번 도덕적 질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수사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대선 잔금을 놓고 당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일부 주장 등이 확인될 수도 있어 수사결과에 따라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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