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폭등문제는 정말 풀 수 없는 난제인가. 관련부처와 기관, 전문가들이 내놓는 진단과 처방을 보면 강남 집값은 불가해한 수수께끼 같다. 원인을 보는 시각부터 공급 부족, 편리한 사교육환경, 쾌적한 주거환경, 풍부한 투기성 자금 때문이라는 등 다양하다. 신도시 추가 조성, 강북 뉴타운 개발, 학원단지 조성, 투기성 자금원 차단, 세금 중과 등 원인을 보는 시각만큼 대책도 다양하다. 강남 집값문제는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현상일 텐데 관련부처들은 부처의 입장에서만 분석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강남의 부동산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고 입시를 부활해야 한다"고 말해 교육제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박승 한은총재도 "강남 부동산문제는 천민적 교육제도에 따른 것"이라며 "금리를 올리더라도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는 부유층을 막기는 어렵다"고 했다. 강남 집값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교육제도에서 찾는 시각은 정부 내에서도 폭 넓게 형성돼 있는 듯하다. 판교 신도시의 에듀파크(학원단지)계획도 강남 집값 상승의 주범을 편리한 사교육환경으로 보고 사교육 수요를 신도시로 흡수해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 서울시가 강북 길음 뉴타운에 에듀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강북의 뉴타운 개발사업은 주거환경 개선 및 시가지 정비의 필요성도 있었겠지만 강남집중 완화책의 성격이 강하다. 2007년 완성될 길음 뉴타운에는 자립형 사립고 및 특목고, 인근 초중고와 학원단지가 연계된 강북 제일의 에듀파크가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이 계획에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반대하고 있다. 교육이 경제·사회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도 불쾌하지만 특목고가 강남 1개, 강북 7개로 편중돼 있고 지역학생 우선 선발제 같은 것도 교육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 계획대로 곳곳에 학원단지가 들어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강남 집값이 잡히고 강남집중현상도 완화될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학부모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자녀들을 에듀파크에 몰린 학원에 보내야 하고 그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도 사교육부담으로 학부모 허리가 휘는데 곳곳에 에듀파크가 생기면 학생을 둔 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공교육은 내팽개쳐두고 사교육을 육성해 집값을 잡고 지역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인가. 학부모들은 29일 발표될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주목하고 있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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