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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경제 살 길은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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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경제 살 길은 정치개혁

입력
200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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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은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 소득이 증가하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직접 참여와 정치적 자유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크게 증가한다. 자발적인 시민기구들이 등장하면서 민간의 권력 감시기능도 높아진다. 우리의 경우도 그러하였다. 한국 경제는 지난 40년간 세계에 유례없는 성장을 하였다. 정치 역시 민주화를 이룩하였고 국민의 정치적 자유가 크게 신장하였다.그러나 경제 발전의 빠른 속도와 국민의 열망에 비해 정치 발전은 상대적으로 뒤쳐져 왔다. 우리 정치는 아직 지역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연이은 부패스캔들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다.

정치 제도의 낙후는 그 자체가 문제일 뿐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 정치·경제 모두의 발전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가져 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부패는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부패한 정권은 기업과 노동자의 부를 착취하고 생산적인 경제 활동을 방해한다. 과거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 동유럽 국가 독재자들의 해외 재산도피가 단적인 예이다. 뇌물을 받고 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하는 음성적인 거래는 생산비용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을 힘들게 한다. 경험적인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남미국가들의 상대적으로 심한 정치적 부패는 이들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선진국들에 비해 지난 30년간 연 평균 1.0%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30년간 누적되면 실질 소득을 35% 이상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패의 만연과 정치 불안정은 국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국제 신인도의 하락으로 해외직접투자의 감소를 초래한다. 지금 모든 개발도상국들이 우수한 선진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선진 기술과 경영 기법의 이전을 통해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외국인 기업, 인력 유치에 있어 정치 안정과 투명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정치리더십의 불안과 당리당략에 따른 정파간 대립은 관료 조직의 무사안일과 질적 저하를 빚어낸다. 능력있고 소신있는 전문가보다는 줄을 잘 대는 정상배들이 요직을 차지할 수 있다. 행정부는 정치권의 눈치만 보게 되고, 중요하지만 인기가 없는 경제정책들은 표류하게 된다. 시급한 경제개혁이 뒤로 미루어 진다. 남미의 포퓰리즘 정권은 이해 집단의 갈등을 추스르지 못하고 인기 위주의 정책을 남발하여 국가 파산을 초래하였다.

일본의 지난 10년 장기 침체의 원인 중에는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로 경제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데 있다. 우리의 경우 현 정부 출범이래 경제정책의 방향은 갈팡질팡하고, 시급한 노사관계의 개혁과 부실 금융기관의 매각은 말만 무성할 뿐 계속 늦추어지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비준은 표류하고 있다.

정치개혁은 너무나 중요한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SK비자금 사건은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매개로 한 부패한 정경 유착의 실상을 보여 준다. 권력의 과도한 집중, 고비용의 정치구조와 불투명한 정치제도는 결국 부패와 비효율을 낳기 마련이다.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하고, 능력 있는 정치신인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과감히 개혁하여야 한다. 정치도 경제와 같이 새로운 주체들의 진입과 경쟁 없이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정치개혁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일 수 없다. 모든 정치권과 국민이 주체가 되어 이번에야 말로 우리 정치 제도의 낙후한 부분을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정치개혁은 그 자체가 우리 국민 모두가 열망하는 바이다. 더 나아가 지금 계속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정치가 더 이상 경제를 볼모로 하지 않도록 하는 새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종 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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