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미국에 도피 중인 무기중개상 김영완씨는 부인과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의 행적을 철저히 숨겨왔으며 수백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진 것과 달리 부하 직원들에게는 씀씀이가 짜 평소 원망을 많이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김영완씨의 서울 평창동 집에서 지난 6월까지 6년여간 파출부를 한 우모(63·여)씨는 26일 "김영완씨의 부인은 평소 집안에서 주로 뜨개질을 하며 소일했고 아이들의 등하교 때만 잠깐 외출하는 등 얌전한 주부였다"며 "남편 일에는 무관심했고 평소 왕래하던 친정 언니도 '떼강도 사건' 후에야 김영완씨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어봤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우씨는 또 김씨의 부인은 남편과 달리 파출부들에게 몇 천원까지 정확한 셈을 요구할 정도로 꼼꼼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우씨는 "김영완씨의 아들(11)은 딸과 달리 운전기사와 파출부들에게 귀여움을 받았지만 대학생인 딸(19)은 건방지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우씨는 이어 "김영완씨는 부인과 달리 부하 직원들에게 돈을 조금씩 쥐어줬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가진 재산에 비해 아랫사람들을 너무 짜게 대했던 것 같다"며 "떼강도 사건도 '김영완씨가 평소 부하 직원들을 매몰차게 다뤄온 데다 가장 오래 일했던 기사 한 명을 가혹하게 자르는 바람에 일어났다'고 다들 수군거렸다"고 밝혔다.
우씨는 최근 열린 현대비자금 공판에서 "김씨가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하는 안채 1층방을 청소하던 중 100만원짜리 다발이 굴러다니는 것을 봤다" "운전기사 한명으로부터 '내가 돈박스를 날랐는데 내뺄까 말까 순간적으로 고민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었다. 우씨는 "일당 4만5,000원을 받아오다 1년 전부터 5만원씩 올려받았다"며 "김씨는 아랫사람들에게는 씀씀이가 엄청나게 짠 편"이었다고 전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