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을 똑 부러지게 연기한 조정은(8·신방학초교2·사진)양. 이영애에게 바통을 넘긴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다음 팬카페 '미여조'(미래 여우주연상 조정은)의 회원이 2만5,000명을 헤아릴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이 꼬마가 11월3일 첫 방송하는 SBS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월∼금 오후 8시50분)으로 다시 시청자를 찾는다."이름은 저하고 똑 같은 정은이에요. 엄마 없이 아빠하고 큰집 식구들과 함께 사는데 명랑하고 궁금한 게 많아요. 근데, 먹보여서 자다가도 음식 얘기만 나오면 금방 일어나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배역을 설명하던 조양은 "실제 정은이와 닮은 것 같다"고 하자 "좀 비슷하기는 한데요, 저는 잘 때 음식 있어도 안 먹고 그냥 자요"라고 답한다.
조양은 밤샘 촬영으로 새벽 5시에야 귀가해 학교에 다녀오는 강행군 때문에 늘 눈이 충혈된다. 하지만 "힘들지 않냐"고 묻자 얼른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덧붙이는 말이 더욱 놀랍다. "밤이 되면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아침 촬영보다 밤 촬영을 좋아해요."
어머니 지순희(43)씨는 "내 딸이지만, 정말 지독하다"고 거든다. 언니(고2), 오빠(중3)와 뚝 떨어져 늦둥이로 태어난 조양은 걸음마를 떼고부터 종일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하며 놀 정도로 '끼'가 넘쳤다. 연기학원을 다니며 드라마에 간간이 출연했고, 집안형편 탓에 학원을 그만둔 뒤에는 방송국에서 쓰고 버린 드라마 대본을 가져다 연기 연습을 했다.
"그렇게 큰 역은 처음이라 정말 고생 많았어요. 집에서는 아빠가 아이 잡는다고 야단을 해서 둘이 한강시민공원에 나가 연습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죠. 밤샘 촬영 때는 밥 먹으면 졸음이 오니까 아예 굶고 했어요." 지씨는 "너무 힘들어서 이 길(연기자)로 안 갔으면 싶은데, 꼭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며 한숨을 내쉰다.
연기가 왜 그리 좋은 걸까.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고, 칭찬도 많이 받고, 연기 실력이 느니까 좋아요. 친구들도 '너랑 같은 반이어서 좋다'고 말해요." 어머니는 결석이 잦아 공부가 처질까 걱정하지만, 조양은 "저는요, 더하기랑 빼기랑 곱하기랑 다 배웠고요, 선생님도 학교 빠졌는데도 잘 한다고 칭찬해 주셨어요"라고 당차게 말한다.
'대장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죽순채에 홍시 넣은 걸 알아맞히는 대목을 꼽는다. "제 입에서 고기를 씹을 때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조양은 "말이 웃기고 재미있다"며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읊어보인다. 요즘도 '대장금'을 꼬박꼬박 챙겨본다는 조양에게 "이영애 언니의 연기가 어떠냐"고 물어봤다. "음∼, 잘하지요. 성인이고, CF도 많이 했잖아요."
팬들의 바람처럼 이 꼬마가 미래 여우주연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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