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개막 전 김용휘 현대사장과 김재박(사진) 현대감독은 "4위 이내 들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대만족이다"고 밝혔다.1998년, 2000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우승의 주역이자 공수의 핵인 박재홍과 박경완을 각각 기아와 SK로 트레이드하는 바람에 전력약화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에이스 정민태가 일본에서 복귀했지만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자체분석도 현대가 시즌목표를 하향조정한 이유였다. 전문가들도 삼성과 기아를 2강으로 꼽는 대신 현대를 중위권으로 분류했다.
1995년 현대 창단 단장과 감독으로 인연을 맺은후 프로야구판의 대표적인 '찰떡 궁합'으로 통하는 김용휘사장과 김재박감독은 시즌초반 박경완 대신 주전포수자리를 꿰찬 강귀태가 부상으로 나가떨어졌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고 토로했다. 위기상황에서 현대호를 구한 것은 김동수였다. 지난 시즌이 종료된 후 SK로부터 방출돼 오갈데 없는 김동수를 놓고 현대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고민을 거듭했다. 김동수를 스카우트하자니 마땅한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감독과 김사장은 김동수를 대타요원으로라도 활용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를 현대맨으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김동수는 전성기에 버금가는 타격과 안정감있는 투수리드로 현대의 구멍난 포수자리를 메우고도 남았다. 정민태나 김재박감독이 "김동수의 보이지 않는 힘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원동력이다"고 추켜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또 김 사장은 간판스타 박재홍을 넘겨주면서 데려온 기아 3루수 출신의 정성훈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김 사장의 남다른 셈법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3루수비가 안정되면서 8개구단 가운데 최강의 내야진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현대는 '선수 스카우트가 결과를 말한다'는 프로스포츠계의 속설을 증명한 셈이다. '스카우트의 귀재' 김 사장이 만든 서말의 구슬을 '현역최고의 지장'이라는 김 감독이 잘 꿰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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