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발언]대학정원 조정 실패 당국 대책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발언]대학정원 조정 실패 당국 대책을

입력
2003.10.27 00:00
0 0

가을 학기를 맞은 대학 캠퍼스의 가을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르다. 그렇지만 이처럼 화창한 가을 하늘과 달리 지방대 교수들은 학생수가 급감하면서 위기의 나날을 실감하고 있다.예비군 훈련장에 가면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정부 시책을 들으면서 정관수술을 장려 받던 시절이 있었다. 산아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제 대학을 지원하는 수험생 숫자가 대학 정원을 밑도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폐과, 폐교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교수들은 정원을 채우느라 고등학교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고 있다.

국책특수대학인 기능대학은 국가기반 산업에 필요한 다기능 기술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실과 책상, 학생과 교수만 있으면 운영되는 곳이 아니라 일반 대학에서는 쉽지 않은 첨단, 고가 장비와 시설을 사용해 석·박사 학위, 기술사·기능장·기사 자격 소지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교수들이 학교와 산업체를 뛰어 다녀서 그런지 아직은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를 보면 안심하기 어렵다.

정책 당국자는 인구와 교육, 인구와 산업인력의 구조, 인구와 내수경제 등의 상관관계를 정말 몰랐을까? 대학생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대학 정원도 줄여야 했다. 2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책의 부재 앞에 교육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대학 정원을 밑도는 학생만이 아니다. 부모의 과잉 보호를 받으며 자란 학생들, 가정파탄에 의해 버려지고 교육 평준화에 입시로 몰리면서 방치되는 학생들을 마주하면 비애감 마저 든다. 기능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소득수준이나 가치관의 편차가 크다. 일반대학의 등록금보다 저렴한 학기당 85만원 가량의 학비조차 버거워 하는 학생도 있고 입시위주 교육에 시달린 때문인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학생도 있다. 교수가 아닌 자식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 입장에서 학생들을 보면 "벌어서 먹고 살게는 해주어야 할텐데…"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인구와 교육, 산업 경제와 기술 인력은 1∼2년만에 완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 인간생활 중에 최악이 상황이 벌어져도 결코 포기할 수 없고, 수 없이 고뇌하면서 풀어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교육은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성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이다.

박 경 주 고창기능대 메카트로닉스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