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서면 안전보장 제의를 고려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을 2차 6자회담 개최에 고무적인 신호로 보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주말이어서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 유엔대표부로부터 북한의 입장을 통보 받아 검토 중"이라는 미 관리들의 말을 전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 성명을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이 모든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 6자회담에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 언론으로부터는 보다 긍정적인 해석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는 "주목할 만한 변화"라며 "부시 대통령의 제안을 가소롭다고 일축한 이전 성명은 북한 선전기관의 상투적 반응이었던 같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특히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북한 방문을 앞두고 북한이 중국의 뜻에 따르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미리 성명을 발표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AP통신도 서울발 기사로 "북한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북한 핵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회담이 재개될 전망이 밝아졌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미 언론은 북한이 내건 조건, 특히 북한이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한 데 주목했다.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에너지 제공, 경제적·인도적 지원, 외교관계 수립이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은 미국의 순차적 접근과는 큰 거리가 있다.
6자회담 틀 속에서 북한에 서면보장을 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겠지만 그 효력은 핵 포기를 위한 북한의 가시적 노력이 있어야 발생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미 고위 관리는 "모든 것은 시퀀스(순차적 과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북한의 핵 폐기 의무이행에 대한 검증 문제도 난제다. 영변 핵 시설을 포함, 북한의 모든 핵 시설을 원천 봉쇄하기를 원하는 미국으로서는 대북 안전보장 문서에 검증의 조건을 포함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핵 문제의 단계를 협상의 호재로 활용해온 북한이 모든 핵 시설에 대한 사실상의 사찰을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검증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다자틀 속 북미 대화는 공전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대응은 우방궈의 방북 이후 가시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을 통해 전해질 북한의 '변화 지수'를 재면서 북한에 어떤 선물을 줄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미 의회 동료 의원들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 커트 웰든(공화당) 하원의원에게 전할 북한의 메시지도 미 정부의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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