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학력, 미혼, 연예인 의상 코디네이터가 경력의 전부인 노모(39·여)씨. 그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부터 부쩍 광주 노씨 해음공파 종친회에 자주 들러 "노 대통령의 친조카"라고 행세하고 다녔다.5월 초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문화예술교류재단 주최로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행사'가 대기업의 후원 아래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씨는 기업 후원금 중 일부를 가로채기로 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이벤트 기획사 대표 김모(45)씨에게 부탁, 방한 중이던 재단 관계자를 서울 장충동 음식점에서 만났다. 노씨는 "기념행사준비위원장 자리를 주면 청와대에 이야기해 행사비 모금을 도와주겠다"고 장담했다. 재단측은 노씨를 행사준비위원장에 앉혔고, 노씨는 5월말 사전답사 명목으로 워싱턴까지 방문, 재단측과 '7월 중순까지 행사비 2억원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해 교환했다. 당시 재단측 인사들과 함께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들른 노씨는 "한국실이 너무 초라해 규모를 확장하는데 힘써 보겠다"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6월26일 워싱턴 미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행사에 노씨는 한국측 대표로 참석, 연설까지 했고 전 미 하원의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재단측은 노씨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현지 호텔비와 항공비 등 2,800여만원 가량의 비용을 모두 대신 지급했다. 그러나 노씨가 행사비 2억원을 약속시한까지 보내지 않자 재단측은 청와대측에 진정을 냈고 수사에 나선 경찰에 의해 결국 덜미를 붙잡혔다.
조사결과 노씨의 동거남인 이모(48)씨도 "동거녀가 대통령의 조카"라고 사칭하고 다니며 건설업체로부터 억원대의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24일 노씨를 사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씨를 같은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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