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천 민주당대표의 기자간담회 도중 한 기자가 물었다. "'우리당'이 총선자금을 모두 다 공개하자고 하는데…." 박 대표는 즉각 "우리가 언제 그랬어요?"라고 정색을 했다. 좌중에 실소가 터졌다.통합신당이 '열린우리당'으로 당명을 정한 뒤 심심찮게 벌어지는 장면이다.
우리당의 당명은 이런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하나의 정쟁거리가 됐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일상 용어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민주당은 "'남의 당'을 '우리당'으로 불러야 하냐"며 연일 당명 개칭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당은 "'열린'이라는 단어는 참여를 의미하고 '우리'는 국민통합을 의미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심해서 만든 남의 이름을 바꾸라고 하지 말라"고 반박하고 있다.
당명을 어떻게 지을지는 분명 그 당의 자유다. 그러나 그 이름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 정치판에 또다시 소모적인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선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우리당이라는 이름이 혼란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었다. 구태여 약칭까지 '우리당'으로 단정 지은 것을 두고는 "꼼수다", "잔꾀가 숨어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우리당 홈페이지에도 "정치개혁을 한다는 신당이 헷갈리게 해서는 안된다"(abc21) "당명을 고수하면 발기인을 철회하겠다"(yybok6410)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왜 남의 일에 시비냐"고 말하기 전에 왜 이런 비판이 나오는 지 심사숙고할 때 우리당은 진정한 '우리당'이 될 수 있다. 정치를 더 이상 개그처럼 하지말고 새 이름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정녹용 정치부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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