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노동자들이 정부와 회사측의 노동탄압에 항의하며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23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세원정공에서 계열사인 세원테크 노조지회장 이해남(41)씨가 노조탄압 등에 항의해 분신, 중태에 빠졌다. 출범 2년의 신생 노조 간부인 그는 유서에서 노동자와 힘 없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버거운 현실을 성토했다. 이씨는 "돈 있고 백있는 X들은 수천억원을 해먹고도 며칠 콩밥 먹고 나오면 그만이고,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수배되고 가정까지 파탄 나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라며 분노했다.
이씨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회사 사태와 관련, 몇 차례 청와대 신문고에 진정을 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이 나라의 법과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국민앞에 당당하고 공정하기를 바라며, 이것이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아셔야 한다"며 유서를 맺었다.
불과 일주일 전인 17일 40m 높이의 고공크레인에 올라가 사측의 성실협상을 촉구하며 129일간 단신농성을 벌이다 목을 매 숨진 한진중공업 김주익(40) 노조위원장. 그는 "노동자가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와 정치가는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다"며 세상을 한탄했다. 올 1월9일에는 두산중공업 노조원 배달호(50)씨가 "불쌍한 해고자들 꼭 복직되기 바란다"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노동자들과의 대화는 외면한 채 손배소와 가압류 등 오로지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하는 기업과 이를 비호하는 정부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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