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와 양초 만들기 실용서를 낸 미국의 한 출판사가 최근 리콜에 들어갔다는 외신을 봤다. 비누 만들기의 잿물 제조법을 틀리게 소개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라고 한다. 출판사는 리콜 전담 전화까지 마련해 독자들의 문의에 응하고 책값을 환불해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도 올 봄 번역의 오류를 지적 받은 출판사가 해당 책을 리콜한 예가 있다.그러나 이는 극히 이례적이다. 지금도 오류 투성이의 부정확한 책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 같은 교열의 오류 뿐 아니라 아예 사실 관계가 틀린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린이책은 특히 그런 것 같다. 어린이책은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건지….
최근 나온 단편동화집 '그 옛날 청계천 맑은 시내엔' 에서 그런 오류를 발견했다. "옛날 물이 맑던 청계천에는 미꾸라지며 버들치가 살았다. 버들치는 검은 바탕에 꼬리 부분에만 분홍빛이 조금 섞였는데, 버들붕어라고도 부른다". 이 글에서 버들치를 묘사한 대목은 사실과 다르다. 버들치와 버들붕어는 생김새와 크기, 사는 곳이 확 다르기 때문이다. 버들치의 몸 빛깔도 검지 않고 대부분 누런 갈색이다.
지난달 초대형 야외 오페라 '아이다' 공연에 맞춰 쏟아진 '아이다' 책 가운데 삼성출판사의 어린이만화는 아이다를 흰 피부에 금발 머리로 그렸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주민은 코카서스 인종의 아랍계 혼혈로, 대개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를 갖고 있다. 극소수이지만 흑인도 있다. 국내 무대에서 보는 오페라 '아이다'도 매번 아이다의 동족을 새까만 피부와 두툼한 입술의 흑인으로 분장시키는 무신경을 아무렇지 않게 계속하고 있다.
성인 교양서 '음악이 흐르는 명화 이야기'(예담)는 티치아노의 그림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마르시아스'에 엉뚱하게도 '마르시아스의 약탈'이라는 제목을 붙여놨다. 나중에 고쳐졌나 모르겠다.
앞서 든 예는 극히 일부다. 그 책들은 운 나쁘게도 기자의 눈에 띄었을 뿐이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 틀렸다고 바로잡아 개정판을 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교열을 다시 하는 정도다. 정확하게 쓰고, 틀린 게 있으면 리콜하고, 고쳐서 다시 내는 책을 자주 보고 싶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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