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SK로부터 비자금 100억원을 받았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최돈웅 의원은 사건 초기에는 "단돈 1원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불과 보름 만에 자신의 입으로 뒤집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최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지침 때문에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름 전의 거짓말에 대한 그의 이 같은 해명은 또 한번 논란이 됐다. 당이 최 의원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시켰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거짓말은 검찰소환이 알려진 지난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의원은 당시 일절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고, 홍사덕 총무가 그를 이렇게 대변했다. "최 의원이 강원도에 있었기 때문에 내용을 모른다더라"였다. 최 의원은 다음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K에는 아는 분도 없고, 어떤 돈도 받은 일도 없다"고 강변했다.
주목되는 대목은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경위다. 최 의원은 당초 소환통보가 알려진 8일에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만류로 하루 늦췄다. "한번 더 챙겨보고 주변에 확인해 내일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다"는 게 당시 홍 총무의 설명이었다. 입맞추기가 이뤄졌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수수액이 1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과 개인유용설 등이 흘러나오자 지도부의 발언은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러자 최 의원은 11일 의원총회에서 "소액의 돈도 모두 당의 공식기구를 통해 입금시켰다"며 개인유용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리고 "당이 대처 안해주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정황을 되짚어볼 때 지도부가 초기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일단 부인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인으로 일관하면 최 의원의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최 의원의 발언을 '당을 보호하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정도로 별 의미 없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최병렬 대표도 "알아서 해석하라"며 불쾌한 반응부터 내비쳤고, 홍사덕 총무는 "최돈웅 의원에게 물어보라"며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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