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아픈 건 참겠지만 생명이 위태로운 두 딸의 고통은 두고 볼 수 없습니다."지난해 9월 제3국을 거쳐 입국한 탈북자 양모(34·여)씨는 현재 경기 부천시의 한 단칸방에 홀로 앓아 누운 채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새우고 있다. 북에서 800m 지하 막장을 오르내리며 석탄 운반일을 했던 양씨는 결혼 후 두 딸을 낳고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 척추 결핵을 앓게 됐다. 한국에 온 뒤 치료비 마련을 위해 주유소, 음식점 등을 전전했지만 결국 병이 악화해 쓰러진 이후에는 거동조차 불편한 처지다. 그러나 양씨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까닭은 탈북자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에서 투병중인 두 딸 때문. 지난달 친정 어머니가 북한을 탈출하면서 데리고 온 두 딸 김명화(11), 은희(8)양은 각각 늑골 결핵과 백혈병에 시달리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양씨는 두 딸이 탄광 노동자 집안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변변히 먹지 못해 병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2년 전 갈비 절단 수술을 받은 큰딸 명화양은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고 96년 북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은희양은 입국 중 두 차례나 피를 토하는 등 증세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치료비가 엄청나고 늑골 결핵과 같은 후진국 질병을 치료할 국내병원조차 드물어 양씨의 두 딸은 현재 사실상 치료가 중단된 상태다. 한국에 먼저 들어와 정착한 오빠의 도움으로 연명하고 있는 양씨는 "빨리 일어나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딸들의 병을 고칠텐데…"라며 울먹였다.
양씨를 돕고 있는 탈북자 자립교육시설인 굿피플대학측도 지원 방법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굿피플대학 유승란 실장은 "최근 양씨의 두 딸 검진을 위해 중소병원을 찾았지만 '큰 병원에서 진찰해야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연락처 (02)783-2458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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