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녕 지음 중앙M& B 발행·9,000원
윤대녕(41·사진)씨가 제주도에 자리잡은 지 열 달 남짓이다. 그곳에서 보내온 일곱번째 장편 '눈의 여행자'는 작가의 생활의 무늬를 헤아리게 한다. 고요하다.
한 남자가 일본 니가타로 간다. 그는 소설가다. 니가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가 된 곳이다. '꿈꾸듯 펼쳐지는 눈의 나라,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눈, 눈 뿐이다.' 남자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보름 동안 눈 내리는 일본 동북부를 헤매고 다닌 여자의 기록이다. 남자는 여자가 남겨놓은 일기의 내용대로 먹고 마시며, 머무르고 움직인다. 남자도 아이에 관한 상처를 품고 있다. 외사촌 누이가 남자의 아이를 낳고 나선, 그 아이를 데리고 일본으로 떠나버렸다. 흰 눈 속을 헤매는 여행길에서 환청인 듯 들렸던 아이의 울음 소리를 마음에 갖게 됐다. 마지막에 이르러 책을 보낸 부부를 만나고, 자신의 아이도 만난다.
'눈의 여행자'는 이야기라기보다 이미지에 가깝다. '윤대녕 소설'답다. 문장은 기록적이지만, 다소 건조한 듯한 한 구절 한 구절이 모여 커다란 인상을 만든다. 가령 이런 것이다. '조금 더 아래로 걸어내려가다가 나는 돌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장화 속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나는 전율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눈은 허리 깊이까지 올라와 있었다.'
왜 눈의 여행을 얘기로 썼는가. 주인공 소설가의 입으로 작가는 말한다. 그 기록은 눈 속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이 머물게 된 집이다. 그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증언하는 조그만 집이다. 작가의 말처럼 모든 추억은 글로 만든 집으로 지어져 삶을 견디는 힘을 준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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