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책임감과 독립심을 갖추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라 행복하게 살기를 기대했을 뿐이다."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자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78) 여사의 회고록 '회상:백악관 이후의 삶'의 한 부분이다. 부시 여사는 21일 발간된 400쪽짜리 회고록에서 대통령의 부인과 어머니로 생활하면서 느낀 소회를 매우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회고록을 출판한 스크리브너사는 "부시 여사가 하도 솔직하고 거침 없이 회고록을 써서 전반적으로 표현의 수위를 낮추고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일부 내용을 빼야 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런 당당한 성품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은 부시 여사를 '솔직 여사'라고 부른다.
부시 여사는 "조지는 어릴 때부터 소문난 말썽꾼이었고, 오히려 동생 젭이 진지하면서도 단호한 성격 때문에 정치인 자질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것이 조지가 텍사스 주지사와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을 때 모두 반대했고, 비교적 쉽게 당선된 것에 대해 깜짝 놀란 이유"라며 "그러나 이제는 아들에게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부시 여사는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모자 관계는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한다"면서 "가족 모임에서 탁자 위에 발을 올려 놓은 조지에게 불호령을 내린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 부부는 국내외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조지에게 충고나 간섭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모일 때면 주로 가족 이야기만 한다"고 했다.
회고록에는 1992년 남편의 재선을 막은 빌 클린턴 부부에 대한 감정의 앙금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클린턴 부부로부터 초대를 받아 백악관 행사에 참석했지만 내키지 않아 힐러리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적도 있다. 특히 최근 위험한 정치 발언들을 하는 빌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시 여사는 "백악관을 떠날 때 정말로 두렵고 막막했다. 선거에 진 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우리 부부를 보살펴 줄 직원들을 고용하기 위해 '이 나이에 새로 취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탄식을 할 정도였다 "고 회상했다. 또 "그래서 2001년 1월 조지의 취임식에서 기쁨보다는 패배한 앨 고어 전 부통령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운 감정이 앞서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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