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주화 운동에 힘쓰다 숨진 민주열사 유해 300기를 안치하기 위해 '북한산 국립공원 내 민주화묘역(북한산 민주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리 4·19 묘역 인근 2만 7,000여평에 6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2005년 12월까지 묘역을 조성한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강북구 주민들은 단합된 모습으로 반대하고 있다. 강북지역 종교지도자 및 지역 내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21 녹색 삼각산 공동체'는 사업추진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절차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민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 이 곳에 안장될 유해 300기는 현재 광주 망월동묘역, 부산 민주기념공원 등에 안장돼 있는데, 유해가 옮겨지면 유족들은 거리상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게다가 이 지역은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묘역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북한산 국립공원은 서울과 경기 북부권에 '녹색 허파' 구실을 하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설립 당시 상당수 강북 주민들에게 재산상의 불이익을 초래했다. 강북 주민들이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것은 북한산 국립공원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 열사들도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을 파괴시키면서까지 묘역이 조성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인구 밀집을 분산시키기 위해 행정수도를 옮기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구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유해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옮긴다는 것도 정부 시책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외에도 반대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강북 주민들의 주장을 님비(NIMBY)의 소산으로만 치부하지 말기 바란다. 강북 주민들은 민주 열사의 애국 정신을 훼손하려는 의도는 갖고 있지 않다. 강북 주민들은 상식적이고 순수한 의도에서 북한산 국립공원 내 민주화묘역 조성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북한산은 우리가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환경자원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서울시도 위임사무로 돼 있는 묘역조성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기 바란다.
신 기 철 서울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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