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정국을 강타한 굿모닝시티 비리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터져 나온 SK 비자금사건은 검찰의 수사로 하나씩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운 초대형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또다시 국민의 정치적 불신을 깊게 하는 정경유착에 의한 불법 비리 정치자금사건 임에 틀림없다.이번에도 역시 이전의 유사사건에서 그랬듯이 비리관계 당사자들이 처음에는 무조건 혐의를 부인하다가 사건 윤곽이 조금씩 드러날 때마다 말바꾸기를 해 국민을 철저하게 우롱하고 있다. 정치권의 불법 비리 정치자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점점 그 도를 더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정치자금, 선거자금의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제도를 개선하고 법도 제정하면서 사회 발전과 함께 정치적 풍토도 바꾸려는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검은 돈에 얽힌 사건은 우리에게 정치적 현실에 대한 자괴감과 좌절을 맛보게 한다.
오늘날 정치는 참여민주주의의 확대와 함께 국민의 감시 아래 있다. 국민의 감시는 부정부패의 방지뿐만 아니라 공정한 정치의 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정치권은 변화하는 세상의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 이대로 임시방편적인 책임모면이나 교언으로 진실을 감추려고 한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인하여 더 이상 스스로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권 스스로 대의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지 못하면 결국 자멸하고 만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을 인내의 극한까지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정치인과 정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소상히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 길만이 자신을 살리고 정치권을 회생시키는 길이다. 다른 정당 등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여기고,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를 위해 정치자금과 선거자금에 관한 법령 정비에 나서 정치 풍토를 일신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검찰은 굿모닝시티 분양비리사건 당시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불법 정치자금에 대하여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어서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정치자금 사건들로 인해 검찰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서 검찰의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기대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기회로 차제에 그동안 의혹을 받았던 모든 정치자금에 대해서 수사할 것을 바란다. 그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법 비리 정치자금의 뿌리를 파헤치려는 노력의 효과는 클 것으로 본다. 불법 비리 정치자금의 문제는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비리를 척결하는 것은 나라의 정치적 안정과 사회적 평화에 관한 문제이고, 국가의 명운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국민은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검찰 수사의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수사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현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간에 불법 비리 정치자금으로 치러야 하는 대가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정치개혁의 당위성은 확보되었다. 어느 누구도 이 역사의 흐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법치로 돌아가서 합법적인 행위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진정한 민주적 법치국가로 방향전환해야 한다.
이 순간 필요한 것은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하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국민의 힘이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정치권과 검찰이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김 상 겸 동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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