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강한 바람. 국내 최장타자들과의 거리싸움과 수많은 갤러리와 카메라에 둘러싸인 채 홀로 '성전(性戰)'을 치러야 하는 심적 부담감. 이 같은 악조건들도 타고난 승부사 박세리의 당찬 도전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박세리는 23일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파72·7,052야드)에서 벌어진 동양화재컵 SBS프로골프최강전(총상금 3억원)에서 보기 3개에 버디 3개로 이븐파 72타를 기록, 일몰로 15명이 경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공동 13위에 랭크돼 컷 통과(60위)는 물론 상위권 입상도 노릴 수 있게 됐다. 4언더파 68타로 단독 선두에 나선 정준(32·캘러웨이)과는 4타차.
콜로니얼을 통해 48년 만에 성대결에 나섰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첫날 1오버파로 공동 73위, 최근 한국오픈에서 로라 데이비스(영국)가 첫날 6오버파로 공동 87위에 랭크되면서 고배를 마신 것과 대조적인 경기 내용이다.
두번째 홀 413야드 파4에서 7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 산뜻한 출발을 보인 박세리는 다음 홀인 173야드 파3에 이어 433야드짜리 파4 4번홀에서도 드라이버 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연이어 보기를 기록,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박세리는 6번홀 파3(171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 1m 가까이 붙인 뒤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떨군 데 이어 파4 13번홀(407야드)에서도 2m 오르막 버디 퍼팅을 성공, 언더파 대열에 합류했다. 파5 15번홀(587야드)에서 스리 퍼트를 범하면서 한 타를 까먹기는 했지만 박세리는 자신의 목표대로 '이븐파'에 안착했다.
박세리는 이날 260∼27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드라이버 샷과 정교한 아이언 샷 감각으로 절반 가까운 홀에서 버디 찬스를 만들어내 갤러리의 환성을 연신 자아내게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세리는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쳐 다행"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무너진 것은 박세리가 아니라 상금랭킹 1위 신용진(39·LG패션)과 디펜딩챔피언 양용은(31·카스코)이었다. 특히 양용은은 파5 8번홀(544야드)에서 드라이버 샷이 OB가 난 데 이어 11번홀(598야드)에서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7오버파 79타로 경기를 마쳤다. 신용진도 박세리가 버디를 기록한 2번홀에서 세컨드 샷이 그린을 넘어 OB를 내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경기 초반 오락가락 플레이를 펼쳤다. 신용진은 후반에 3개의 버디를 낚아내며 만회, 이븐파로 경기를 마쳐 체면을 살렸다.
/용인=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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