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하면 '동물의 왕국'이 떠오른다. 사파리를 빼놓고는 케냐를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동물을 볼 수 있는 케냐의 대표적인 공원으로는 마사이마라, 암보젤리, 사보, 아보데어, 나쿠르 등이 있다.각 공원마다 특색이 있는데 암보젤리는 아프리카에서 제일 높은 산인 킬리만자로와 수 많은 코끼리 떼가 장관이다. 그러나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산 정상의 눈은 점점 녹아내려 주변에 늪지대를 만들고 있다. 몇 십 년 후에는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초원에서 하는 사파리와는 달리 산에서 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보데어다. 숙소는 산 꼭대기의 산장으로 7세 이하의 어린이는 숙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른도 1박 밖에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롭게 관리한다. 이동도 지정 셔틀 버스로만 할 수 있다. 유인하기 위해 미리 뿌려 놓은 소금과 물을 먹으러 오는 동물들의 일상을 유리 전망대나 발코니에서 야간 조명 하에 훔쳐보는 재미가 특이하다. 동물이 나타나면 벨을 울려 주는데 1번은 코끼리, 2번은 코뿔소 하는 식으로 벨의 횟수가 다르다. 자다가 벨 소리에 우르르 전망대로 몰려가는 재미가 있다. 산이라 남반구의 겨울인 7, 8월에는 제법 춥다.
그러나 케냐 사파리의 압권은 역시 마사이마라다. 규모는 사보에 뒤지지만 동물 수에서 다른 공원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파리를 즐길 때도 국민성이 나타나는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1주일씩 머물면서 사자가 사냥하는 장면, 얼룩말 떼가 강을 건너는 장관 등을 몇 시간씩 기다리며 보는데 한국 사람들은 1박 2일에 모든 것을 기대한다. 광활한 마사이마라는 사파리 차로 몇 시간을 달려가도 지평선이 끝없이 계속된다. 9월 초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에서 동물들이 우기 후 풀이 자란 마사이마라로 넘어와 사파리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때로 꼽힌다. 동물들이 지나간 자리는 풀이 짧아 볼품 없지만 아직 동물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꼭 한국의 가을 들녘 같다. 차에서 내려 만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다.
케냐에서의 관광은 그냥 자연 그대로를 즐기면 된다. 소똥집에서 살면서 우리에겐 냄새조차 역겨운 소똥을 맨발로 밟고 자연과 어울려 사는 마사이 족의 모습을 보라. 약육강식의 자연 세계의 참 맛은 인간 세계와는 다른 순수함, 평화,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얼룩말 한가운데서 산장에서 싸준 도시락을 먹던 추억은 결코 잊을 수 없다. 한시간 넘게 기다려 사자가 사냥감의 내장을 빼먹던 장면은 몸서리치게 강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그 때의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듯하다.
류 은 숙 케냐 (주)대우인터내셔널 나이로비 지사장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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