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서 기분좋고 떠들어서 즐거운 술! 더울 때는 시원해서 찾고 춥거나 선선하면 따뜻한 색깔이 그리워 찾는 음료! 맥주다.연중 마시는 맥주지만 10월의 맥주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옥토버 페스트(Ocotober Fest). 독일 뮌헨에서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6일간 열리는 세계 3대 축제의 하나이다. 행사기간은 끝났다지만 축제의 여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맥주가 주는 청량감, 시원함, 그리고 즐거움은 여전히 계속된다.
맥주는 보리와 호프, 물의 조합이다. 언뜻 간단한 것 같지만 세계적으로 맥주회사만 수만개에 달하고 브랜드도 수천개를 헤아린다. 제조기술이나 물의 성분도 달라 브랜드 마다 맛은 천차만별이고 마시는 상대에 따라 분위기의 깊이도 달라진다.
최근엔 맥주 전문점들도 세포 분열중이다. 하이네켄 크로바커 아사히 둔켈 바이젠 등 세계 각국의 맥주들이 즐비한 세계맥주 전문점, 생맥주의 신선한 맛과 깔끔한 인테리어로 거듭난 생맥주 전문점, 맥주집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맥주를 내놓는 마이크로 브루어리 등 각양 각색의 집이 주당을 유혹한다.
그럼 어디서 맥주를 마시면 더 맛있을까? 어떤 맥주가 더 기분을 돋워줄지도 궁금하다.
발레리나 홍정민과 발레리노 이영훈씨, 그리고 2003엘리트룩 모델 조은경양이 각각 맥주여행에 나섰다. 세계맥주는 어떤 것이 있는지, 뭐가 다른지, 생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뭔지, 호기심을 풀어 봤다.
글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사진 김주성 기자 poem@hk.co.kr
무용수들이 만난 세계맥주
“어머, 웬 맥주들이 이렇게 많아요! 처음 보는 것들도 엄청나네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 벌써부터 맥주의 청량감에 젖은 듯 발레리나 홍정민, 발레리노 이영훈씨의 입이 쫙 벌어진다.
앞에 놓여진 것은 길이 2㎙가 넘는 테이블 아이스 바. 조각 얼음이 가득 채운 곳에 온갖 종류의 맥주 수백병이 꽂혀 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국립발레단의 캐릭터 솔리스트인 이영훈(33)씨는 무용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맥주 마니아. ‘호두까기 인형’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주연급 조연 드루셀 메이여 역을 맡았던 그는 특이하고 새로운 맥주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갈 정도로 맥주를 좋아한다. 어느 집에 무슨 맥주가 있고 가격은 어디가 싼 지를 다 기억할 정도.
수석 무용수인 홍정민(24)씨는 생맥주 킬러. 최근 공연작 '고집장이 딸'에서 시골마을의 말썽꾸러기 처녀 리즈역을 훌륭히 소화한 그녀는 연습이 끝나고 동료들과 생맥주 전문점을 즐겨 찾는다.
외국 수입맥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와바의 창업자 이효복(37) 사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맥주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봤을 서울 종로의 유명 카페 ‘산타페’의 인테리어가 그의 작품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그는 자신의 인테리어가 소문이 나자 아예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를 차렸다. 지금 전국 매장이 120여개에 달한다.
“저 직원 본 것 같아요.” 산타페 단골이었던 이영훈씨가 한 마디 하자 이 사장이 “산타페 직원이었어요”라고 대답한다. “아 그렇군요. 긴가민가 했는데….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이런 식으로 다 연관되는 군요.” “제가 산타페 인테리어 했어요.”
이 많은 맥주 중에서 처음 무엇을 고를까? 그는 우선 ‘에딘거 둥켈’을 집어들었다.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바이스 비어, 밀로 만든 맥주에요. 병 뚜껑을 닫기 전에 효모를 투입, 병 밑에 효모가 살아 숨쉬고 있죠.” 이 사장의 설명이다.
잔 모양이 특이하다. 길다란 잔이 윗 부분으로 갈수록 넓어진다. “이 맥주는 거품이 많이 나서 따르는 방법이 특이해요” 이 사장이 잔을 기울이고 살살 따른다. “이래야 거품이 적게 나오거든요.” 반쯤 넘게 따른 후 병을 들고 살살 흔들어 준 뒤 나머지를 따르는 것도 독특하다. 병 밑에 가라 앉아 있는 효모를 섞어 주기 위해서다.
“드셔 보세요” “음! 굉장히 부드럽네요” 이씨의 대답에서 만족감이 새어 나온다. 이어 홍씨도 한 모금. “순해요”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들은 보통 흑맥주가 쓰다고 거부반응을 보이는데 이건 괜찮아요.” “맞아요. 기네스는 거의 한약 수준이잖아요.” 이 사장은 “흑맥주는 소화가 잘 되고 건강에도 좋아요”라고 칭찬한다. “너무 많이 드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주의도 잊지않는다.
“흑맥주는 마시는 단계가 있어요. 보통 순한 것부터 시작, 벡스까지는 무난히 올라갑니다. 기네스까지 가는 것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죠.”
강의가 이어진다. “필리핀 맥주 ‘산 미구엘’은 반드시 얼음잔에 따라 마셔야 됩니다. 날씨가 덥고 냉장 시설이 필요한 나라라 얼음과 함께 마셔야 맛이 살도록 만들었거든요. 레몬을 얹어 마시는 맥주는 맛이 없는 맥주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맛이 없으면 맥주에다 레몬을 얹어야겠어요. 결국 레몬을 곁들인다는 패션이 맥주맛을 보완하는 것이지요”
다음 이씨가 ‘아이스하우스’를 집어 든다. “라거와 흑맥주 사이에 즐겨 먹던 맥주에요. 맛이 변할 때 입가심으로 좋아요. 이걸 마시면 입안에 남아 있던 맛이 가십니다.” 홍씨가 한 모금 맛을 보더니만 “순하다”고 동감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이 많은 맥주병들은 어떻게 골라 먹죠?” 무대 위에서의 열정과 날렵함과는 전혀 달리 워낙 얌전한 모습에 수줍음을 타는 홍씨가 묻는다.
“메뉴판만 봐서는 사람들이 잘 몰라요. 그래서 아이스 바에 진열해 놓는거랍니다” 병과 라벨이 각각 다른 모양이고 각각의 맛과 향이 거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맥주 마다 스토리가 다 있죠. 골라 먹다 보면 자기 입맛에 맞는게 나오기 마련이에요”
이쯤해서 맥주 마니아인 이씨가 끼어든다. “맥주도 단계가 있을것 같아요. 한 번 올라 가면 내려 오기 힘들어요. 점점 새로운 것, 맛있는 맥주를 찾게 돼요.” “발레를 하는데 술 마셔도 괜찮으세요?” 이 사장이 걱정스럽게 묻자 이씨는 “실제 마시는 양은 많지 않아요. 맛 보는 것을 즐길 뿐이죠.”
홍씨도 “내일 공연이 있고, 또 사진 찍을 때 얼굴 빨갛게 나올까봐…”라며 양을 조절한다. 생맥주를 특히 좋아한다는 그녀는 “단원들과 함께 치킨에 생맥주를 마시면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음엔 다 마셔 봐야지!” 들뜬 표정의 두 사람이 던진 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