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국내 농업 부문의 피해를 감수하고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밝혀 일본 정부의 FTA 교섭이 급속도로 탄력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정책 전환은 일본과 멕시코의 FTA 교섭, 일본측 농업 피해가 예상되는 한국과 일본의 향후 FTA 교섭,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며 역시 농업 문제로 FTA 교섭 또는 비준이 지연되고 있는 한국의 FTA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농업쇄국' 포기 선언
고이즈미 총리는 21일 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던 태국의 방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각국과의 FTA 체결을 시야에 넣고 생각할 때 농업문제는 피해갈 수 없고 농업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해 농산물자유화를 확대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농업 쇄국은 불가능하다"면서 "외국의 농산물이 일본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불가능한 가운데 경쟁에 견디어 나가기 위해서 어떤 개혁이 필요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대대적인 농업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농수산성과 경제산업성 양쪽이 자기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자민당 내 농업관계자들도 이대로 괜찮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치권과 관료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경고를 보냈다.
이에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11월 9일의 중의원 선거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빨리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제안, 선거에서의 부담을 무릅쓰고 멕시코와의 FTA 체결을 성사시키겠다는 결단을 표명했다.
일본-멕시코 FTA 교섭
농산물 수출국인 멕시코와 공산품 수출국인 일본의 FTA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교섭이 시작될 일본과 한국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과의 FTA에 모델이 되기 때문에 국내외의 지대한 관심을 모아왔다.
양국 정부는 APEC 정상회의 직전인 16일 도쿄(東京)에서 각료회담에 이어 정상회담을 갖고 합의할 예정이었으나 농산물 문제로 결렬됐다. 멕시코는 최대 수출품인 돼지고기의 관세 철폐나 무관세 수출량의 확대를 요구했다. 일본측은 저관세 수입량의 설정 등을 양보선으로 제시했으나 멕시코측이 대신에 오렌지 과즙의 무관세 수출량의 보장을 추가 요구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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