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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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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전경련

입력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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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에 빠졌다.전경련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월례 회장단회의가 정부와 재계간 난기류등을 반영, 이 달 들어 두 차례나 연기되는 우여곡절끝에 내달로 연기됐다. SK사태에 휘말린 손길승 회장의 사의가 확실시되고 있지만,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총수들이 모두 고사, 후임회장 선출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손회장-현명관 부회장 체제 출범이후 LG, 현대차, 롯데 등 주요 회장단사의 전경련행사 기피에 이어 최근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전경련의 위상과 향후 행보에 심각한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달 열린 회장단 회의이후 규제완화 및 투자활성화를 위한 금융 세제지원 등 정부에 대한 건의안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손 회장이 사퇴할 경우의 후임자 추대문제는 '발등의 불'이 됐다. 손 회장은 최근 SK해운의 비자금사건이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와 정치권에 대한 사정태풍을 몰고 오면서 퇴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장단 중 누구도 선뜻 회장직을 맡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차기 회장 추대는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실세회장'을 선출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총대를 메지 않으려 한다는 게 고민이다. LG 구본무회장, 현대차 정몽구회장의 경우 전경련이 특정그룹을 옹호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어 차기회장 추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빅3총수'의 고사로 김승연 한화회장, 조석래 효성회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도 전면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장단 중 최고령자나 현명관 부회장의 대행체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남덕우 전 국무총리 같은 비오너 경제계원로를 영입해서라도 실질적인 지도체제를 형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일각에선 차제에 사무국을 지주회사로 재편, 싱크탱크로 탈바꿈하고, 한경연, 자유기업원, 광고주협회 등을 통합하는 방안도 제기하고 있지만 회원사들의 반발 등으로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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