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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자연속으로 빠지고 싶다/이인실 "수묵화 40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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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자연속으로 빠지고 싶다/이인실 "수묵화 40년"展

입력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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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여성 한국화가 소현(素玄) 이인실(李仁實) 화백의 '수묵화 40년' 전이 성곡미술관에서 21일 개막했다.인적은 없다. 눈 덮인 겨울산, 파도 거센 해안, 평화로운 강촌을 그린 그의 그림 어디에도 인적은 없다. 대신 그 그림을 보는 이의 발자국이 그대로 찍힌다. 마음의 발자국이다. 그만큼 그의 실경산수는 한국의 평범한 자연을 정연하게 그려낸다. 보는 이는 생래적으로 알고 있었던 듯한 우리 자연에 대한 이미지를 그의 그림에서 확인한다.

그는 당초 서양화를 그렸다. 1961년 첫 개인전도 열었지만 늘 미진했다. "설악산, 제주도로 스케치 여행을 다닐 때마다 서양화로는 그 자연을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단에 추상화 물결이 밀려든 것도 그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월전 장우성 화백을 찾아갔다. "그림이란 (유화처럼 물감을) 쌓고 쌓는 것이 아니라 일필(一筆)"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수묵으로 우리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다. '흴 소(素)' 자에 '검을 현(玄)' 자를 쓴 아호는 월전이 준 것이다. 화선지와 먹을 가리키는 듯하다. 전통 수묵산수가 한계에 이른 듯 했지만 그의 감성에는 그 이상의 필법이 없었다.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 수묵산수는 자칫 대가 끊길 우려까지 있었다. 이걸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 때마다 나라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98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숙명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그는 수묵을 버리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제자들을 기꺼이 격려하면서도 막상 자신은 먹붓을 놓지 않았다.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필치, 자연의 서정과 너그러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현대적 감각의 실경산수는 자연에 대한 찬미이자 우리 전통 회화정신에 대한 경배이기도 할 것이다. 전시에는 100∼500호의 대작들을 포함한 신작 7점과 그 동안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작 등 30여 점이 나온다. 작가의 고희 기념전이기도 하다. 성곡미술관이 한국화만으로 초대전을 여는 것도 처음이다. 11월8일까지. (02)737―765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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