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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직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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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직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

입력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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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년이 어느 소녀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신문에 난 네가 쓴 '송아지'라는 글을 잘 보았어. 나는 네가 살고 있는 강릉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에 살고 있어. 너는 시내에서 살아서 송아지를 한 번도 자세히 본 적이 없는데도 송아지에 대해 정말 글을 잘 썼더구나. 어떻게 하면 그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궁금해. 나도 너처럼 글을 잘 쓰고 싶은데.'

그리고 삼십 몇 년이 지난 어느날, 어른이 된 그 소년과 소녀는 처음으로 이런 통화를 했다.

"이순원 선생님이시죠? 저도 고향이 강릉이에요.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명성황후'를 공연하는데 우리 신문에 관람기 좀 써주세요."

"김 기자님 고향이 강릉인 것 잘 압니다. 어릴 때 전국 글짓기 대회 휩쓸었던 것도 잘 알고, 또 그때 읽은 '송아지'의 내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요."

이쯤 되면 다들 그 소녀가 누군지 궁금해 할지 모르겠다. 전에 동아일보 문화부에서 근무하던 김세원 기자. 지금도 나는 시골집에 내려갔다가 이웃집 외양간에서 송아지를 보게 되면 그 시절 김세원 어린이의 '송아지'를 떠올리게 된다.

언제 얼굴 한번 봐야 하는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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