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2일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수수 시인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도 자금의 당 유입여부 등에 대해선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며 입을 다물었다. 국민의 곱지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연일 퍼붓던 대 정부 공세도 중단했다.한나라당은 이날 긴급 주요당직자회의를 여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대국민 사과 발표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최병렬 대표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려다가 박진 대변인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이회창 전 총재측의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검찰수사를 지켜본 뒤에 당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선 대변인은 "최 의원이 김용균 의원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강압적으로 말을 시켜서 시인했다'고 말했다"며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최 의원이 시인한 이상 당이 먼저 나서서 분명하게 밝히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당직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상황의 심각성을 걱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의원 개인 비리로 넘기려 하지말고 대선자금의 진실을 밝히라"면서 모처럼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박상천 대표는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균환 총무는 "대선자금에 있어 한나라당과 통합 신당은 자유로울 수 없다"고 공격했다. 조한천 의원도 대정부질문에서 "100억원이 이회창 후보 사조직과 부인 한인옥씨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통합신당도 "100억원을 어떻게 썼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한나라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은 "100억원은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이번 수사를 투명한 정치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한푼도 받지 않았다며 국민 앞에 거짓을 한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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