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병학 사장은 누구▲ 62년 서울 출생
▲ 90년 제임스딘 창립 멤버
▲ 93년 (주)좋은사람들 법인 설립
▲ 95년 보디가드 출시
▲ 98년 (주)좋은사람들 기획조정실장
▲ 99년 보디가드 전문대리점 운영
▲ 2000년 (주)하얀세상 대표이사
▲ 2002년 (주)좋은사람들 사장
▲ 부인 박계란씨와 2남
"회사 안의 벽과 칸막이를 모두 치우세요." (주)좋은사람들 주병학(朱炳學·41)사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하자마자 내린 첫 지시다. 신제품 디자인의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내의 회사에서 벽과 칸막이를 없애라니…. 직원들은 처음에 코웃음을 쳤다. 물정 모르는 신임 사장이 내린 엉뚱한 지시라는 게 대다수 직원들의 생각이었다. 디자인 및 기획 부서가 먼저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주사장의 신념은 확고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회사 내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벽과 칸막이로 사무실이 나뉘어져 있으면 커뮤니케이션이 적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함께 일 하고 있는 회사 동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먼저 이뤄진 후에야 고객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거지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객의 요구에 정확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솔선수범을 위해 사장실부터 없앴다. 그래서 (주)좋은사람들에는 사장실이 따로 없다. 사무실 한 쪽에 놓인 책상이 사장 자리다. 사장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직원들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유리상자 사장실'인 셈이다.
벽과 칸막이가 사라지자 '모든 기안은 반드시 관련 부서와 협의 하라'는 두 번째 지시가 떨어졌다. 또 볼멘 소리가 나왔다. 협의를 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려 자칫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는 반론이었다. 주사장은 "모든 기회를 다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우리가 성공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잡으면 됩니다. 조금 늦더라도 정석대로 가는 것이 서두르다 물거품이 되는 것보다 낫습니다"라고 설득했다.
그의 '커뮤니케이션 경영'은 직접 대리점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창립 초기 그는 형인 주병진 회장과 함께 회사의 토대를 닦은 주역이다. 제임스딘을 창립하고 보디가드, 돈앤돈스 등도 출시했다. 생산부장, 영업부장, 기획조정실장 등도 지냈다.
그런데도 그는 사장으로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현장으로 내려갔다. 고객들을 직접 만나겠다는 각오로 대리점 영업을 시작한 것. 그는 "밖에 있으니 회사가 더 잘 보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문제는 밖이 아닌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객들의 취향이나 트렌드 변화는 영업쪽이 가장 잘 아는데 제품을 디자인할 때 이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디자인, 생산, 마케팅 부서가 함께 협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깨달음을 실천에 옮길 기회는 금방 찾아 왔다. 결국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던 형이 주 사장에게 (주)좋은사람들의 경영을 모두 맡아줄 것을 부탁한 것. 이렇게 사장에 취임하게 됐고 이제 2년차를 맞고 있다. 형 주 회장은 현재 더 큰 사업 구상에 몰두 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주 사장은 올해 의류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신제품 출시로 평년작을 거둘 전망이다. 최근 출시한 '콩의 기적'이 소위 대박이 난 것. 4월 콩에서 실을 뽑아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제품을 준비하기 시작해 5개월만인 지난 달 1일 신제품을 내놓았다. 기획 당시부터 디자인과 생산, 마케팅 부서가 힘을 합친 것은 물론이다. '콩의 기적'은 첫 출시한 60억원 어치가 모두 팔려 최근 재생산에 들어갔다.
주사장은 "부서간 협의를 충분히 거치며 미리미리 준비한 덕에 납품 기일을 정확히 맞출 수 있었고, 마케팅 및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과도 맞아 떨어져 시장의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사장은 '콩의 기적'을 이을 제2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극비사항이다. 힌트를 좀 달라고 하자 "똑 같은 건 재미없죠"라는 말로 피해 갔다.
앞으로의 경영 구상이 궁금했다. "경영인이기 전에 사람입니다. 세상살이는 남을 싫어하는 만큼 손해를 보고 남을 좋아하는 만큼 이득을 얻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더욱 좋아할 겁니다.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어서 잠이 안 오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주)좋은사람들 어떤 회사
10여년 전만 해도 내의는 모두 흰색이었다. 탈의실이나 빨랫줄에서 색깔 있는 팬티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당시는 모두 이를 당연시했다. 그러나 (주)좋은사람들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내의는 왜 모두 흰색일까, 내의가 꼭 흰색이어야만 하는가.' 이렇게 시작된 의문은 '우리가 한번 좀 다른 팬티를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모두들 귀를 쫑긋 세웠지만 막상 회사를 차린다고 하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내의 시장은 쌍방울, BYC, 태창 등 소위 빅3가 독식하고 있었다. 여기에 아무런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도전장을 내민다고 하니 무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주)좋은사람들은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럼 못해도 4등이 아닌가.'
93년5월 정식으로 법인이 설립된 뒤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천편일률적인 흰색 내의에 식상했던 소비자들, 특히 젊은 층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패션란제리 '제임스딘', 감각 내의 '보디가드', 즐거운 내의 '돈앤돈스' 등 계층별로 차별화한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도 주효했다. 97년에는 코스닥에도 입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무려 1,061억원. 현재 (주)좋은사람들은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9%대로 경쟁사의 2배, 일반 제조업의 3배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브랜드 파워 1위 2년 연속 수상, 한국 산업의 고객만족도 1위 3년 연속수상, 대한민국 마케팅대상 3년 연속 수상 등 총 70여회에 이르는 수상 경력은 현재의 기업가치를 대변해주고 있다.
(주)좋은사람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월 파리국제란제리쇼에 'J' 브랜드로 참가, 호평을 받은 데 이어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과 정식 계약도 체결했다.
천종호 마케팅부장은 "(주)좋은사람들의 정신은 끝없는 도전"이라고 밝혔다.
■나의 취미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참 난감하다. 대개 CEO들이 즐겨 하는 골프나, 독서, 여행, 낚시처럼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내겐 없기 때문이다. 그저 일을 즐기며 열정을 갖고 생활한다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일 터이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얻는 쾌감들이 내게는 아주 의미 있는 일들이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즐긴다. 우리 직원들은 나를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해보는 사람)라고 하는데 사실 진정한 얼리 어답터는 아니다.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할 만한 돈이 내게는 충분치 않다. 하지만 꼭 필요한 제품은 반드시 구입한다. 사실 이는 진정 즐겁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 남들에게 추천해 줄만한 게 있다면 무선휴대단말기(PDA)다. 우선 회의 시 녹음이 가능하고, 중요한 사항이나 아이디어는 항상 메모로 남길 수 있다. 주요 장면은 사진으로도 보관 가능하고 기획서 같은 것도 다운 받아 언제, 어디서든 검토할 수 있다. 또 출퇴근 시 막히는 도로에선 게임도 즐긴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MP3 기능이 있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은 나에게 늘 위안과 영감을 가져다 준다.
일을 스트레스가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으로 여기고, 새로운 도구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며 성공의 성취감을 느끼는 것, 이것이 나의 취미생활이라고 한다면 괴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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