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를 위해서라면 잠시의 비굴함 따위는 감수해야 한다. 폼잡는 생활은 아예 포기하고 얼굴에는 철판 깔고 가능한 한 자주 '빈대' 생활도 감행해야 한다.50원, 100원에 연연하는 것이 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진다는 확고한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
취업도 안되고, '사오정' '오륙도'에 이어 직장인의 체감 정년은 38.1세라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삼팔선'이란 신조어까지 생긴 요즘 일찌감치 짠돌이 생활을 몸에 익히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 갈 수 없다.
다음 사이트에 있는 까페 짠돌이(www.daum.met/mmnix)는 '저축 없이 내일 없다'는 절박함으로 모여 든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각종 절약 아이디어를 나누는 곳이다.
회원들은 아이디어를 모아 '한국의 e짠돌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회원은 벌써 10만 명이 넘는다. 화장실 물탱크에 벽돌이나 물 채운 페트병을 넣어 수돗물 아끼기, 세수한 물로 화단에 물 주기, 남은 비누 모아 뒀다가 물비누 만들기 등의 고전적 노하우 말고도 이 곳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오가고 있다. 회원들이 전하는 기발한 절약법을 잠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쓰레기 봉투 아끼는 방법. 쓰레기 봉투가 다 찼다 싶으면 진공청소기 흡입구를 못 쓰는 스타킹으로 감싼 뒤 쓰레기 통 안에 대고 내용물을 쫙 빨아들인다. 그러면 쓰레기 부피가 절반은 줄어들어 사흘은 더 버틸 수 있다. 한달에 세 개만 줄여도 1,000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
다음은 치약 아끼는 법. 치약은 한 번에 짜서 쓰는 것보다 찔끔찔끔 짜서 쓰는 것이 절약된다. 앞니 닦을 때 찔끔, 오른쪽 어금니 닦을 때 찔끔, 왼쪽 어금니 닦을 때 찔끔 짜서 쓰는 식이다. 세 번째로 '비굴함'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공짜로 자장면 먹기. "중국집에서 아파트 현관문에 전단 붙여 놓죠. 공짜 쿠폰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아파트 1층부터 12층까지 쫙 돌아서 그 쿠폰만 떼어냅니다. 15장 모으면 자장면 한 그릇이 공짜인데요. 저는 모아 놓은 것만 벌써 200장입니다."
영화 '위대한 유산' 개봉에 맞춰 인터넷에서 실시하고 있는 백수지수 체크하기 문제. '끼니가 가까워지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다. 어떻게 할까?' 1)가까운 백화점 시식코너를 한 바퀴 돈다 2)귀찮은데 배는 고프지만 그냥 굶고 잠들어버린다 3)나가서 라면을 하나 사온다.
과감하게 1)번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은 비록 백수지만 훗날 이 어려운 세상 짠돌이로 당차게 살아갈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