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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 추락 초상집된 서대구시장/"아들 결혼식 두달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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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 추락 초상집된 서대구시장/"아들 결혼식 두달 앞두고…"

입력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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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가자고 아침부터 손을 이끌던 동무가 차가운 시신이 돼 돌아오다니…."경북 봉화군 청량산 관광버스 추락사고로 수 십년 동안 얼굴을 마주보며 자매처럼, 친구처럼 지낸 이웃들을 한꺼번에 잃은 대구 달서구 두류1동 서대구시장에서는 22일 하루종일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폭 6m의 도로를 따라 200여m 가량 이어진 서대구시장 상인과 인근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한숨을 내쉰 채 그들의 죽음을 가슴 아파했다. 사망자 가운데 시장 사람은 1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주민들이었지만 이들은 시장을 중심으로 모였고 시장에서 이야기 꽃을 피워왔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정숙(55·여)씨의 속옷가게는 '상중(喪中)'이라는 글씨가 붙은 채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길 건너편에서 식육점을 하는 조정자(63·여)씨는 "정숙이와는 1970년대 중반 서대구시장이 생길 때부터 친동기간처럼 지내왔다"며 "정숙이가 저 세상에 갔다는 소식에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 가게와 나란히 붙은 김옥순(50·여), 태옥춘(50·여)씨의 가게도 주인이 중상을 입으면서 굳게 닫혀 있었다. 상인들은 "태씨 등 미봉산악회 회원들은 17일 대구 서구 평리동 무료 급식소를 찾는 등 평소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며 "김씨는 산악회원이 아닌데도 친구들이 좋아 단풍놀이 갔다가 화를 당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유영임(54·여)씨는 아들 셋 가운데 가장 먼저 결혼하는 막내(27)의 혼사를 두달 앞두고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서대구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신분남(54·여)씨는 "상인과 주민 등 동갑내기 계원 여덟명이 4일 우리 집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그날이 영임이를 마지막 본 날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대구시장 상인과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여성산악모임 미봉산악회는 매월 21일 산행을 하면서 우의도 다지고 스트레스도 풀었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회장 지수연(65·여)씨와 총무 이정숙씨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어 명맥 잇기 조차 불투명해졌다.

한편 경북 봉화경찰서는 이날 현장 검증을 통해 뒤 타이어가 펑크나고 도로에 한쪽 바퀴의 타이어 자국이 희미하게 나 있는 점 등을 들어 브레이크 파열이나 타이어 파손 등 차량 결함에 의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날 경북대병원으로 후송된 강옥자(62·여) 황문강(59·여)씨가 숨지면서 이번 사고의 사망자는 19명으로 늘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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