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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러브홀릭 "인형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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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러브홀릭 "인형의 꿈"

입력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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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이 힘든 것은 그것이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해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면 승리를 얻어 낼 수 있는 '기록형 경기'와는 다른 방식이란 말이다. 영점 몇 초의 기록을 앞당기기 위해 온 몸의 털을 밀어내는 수영 선수나 하루 수 백 개의 활을 쏘아 대는 양궁 선수처럼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을 연마해도 승리는 보장되지 않는다.연적이 등장하면서 짝사랑은 본 게임에 돌입한다. 이 때부터 자신의 영역을 지켜 내기 위한 피 나는 싸움은 시작된다. 침입자를 몰아내기 위한 격렬한 몸싸움도 감수해야 한다. 이 게임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상대방을 제압하되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에 하나 패배할 경우에도 다음 경기는 또 기다리는 법이니 말이다.

이 짝사랑에는 정해진 규칙도 없고 숙련된 코치도 없다. 그래서 혼자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인형의 꿈'은 그 답답함과 절실한 짝사랑의 가슴앓이를 슬프게 담고 있는 노래다. 러브홀릭의 강현민이 일기예보 시절인 1996년에 발표한 이 노래가 요즘 보컬 지선의 목소리로 드라마 '좋은 사람'(MBC)에 실리며 다시 FM 방송을 타고 있다. '좋은사람' OST와 러브홀릭의 재편집판에도 다시 실렸다.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항상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날 볼 수 있을 텐데/ 처음엔 그대로 좋았죠/ 그저 볼 수만 있다면'이라는 이 가사는 강현민이 책상 위에 놓인 못난이 인형을 보며 썼다. 인형 3개가 서로 뒷머리만 바라보도록 쪼르륵 일렬로 놓인 것을 보며 아무리 애태워도 뒤돌아 보지 않는 야속한 짝사랑을 떠올린 것.

7년 전 발표한 이 노래가 또 다시 인기를 누리는 걸 보면 짝사랑은 여전히, 그리고 언제까지나 풀리지 않는 숙제임에 분명하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달려가 맞아야 할 상대와 레인을 정해 주면 모를까.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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