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SK비자금 100억원 수수를 시인함에 따라 그 돈의 사용처도 머지 않아 드러날 전망이다.최 의원이 돈을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100억원은 한나라당 공조직이 아니면 이회창 전총재의 사조직으로 흘러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 유입설을 부인하며 상대방을 100억원의 사용자로 지목하고 있다.
이 전총재의 한 측근의원은 22일 "100억원이라는 거액이 갈 곳은 공조직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SK가 돈의 전달 여부를 지켜보고 있고, 몇몇 실세 의원들도 최 의원의 돈 수수사실을 알았을 텐데 그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샐 수 있겠느냐"며 "100억원은 고스란히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에게 건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 막판 지구당마다 내려보낸 수천만원의 돈이 어디서 나왔겠느냐"며 "우리도 나름대로 알아보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돈은 당에 전해져 영수증 처리가 되지 않은 비공식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얘기다. 이 전 총재측은 "최 의원과 당시 관계자들이 이런 사실을 하루빨리 털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총장을 거친 돈이 일선 조직이 아닌 일부 실력자들에게 은밀히 배분됐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대선 때 이 전총재와 가까웠던 중진들 상당수가 경제, 시민, 종교 등 방대한 직능단체 공략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각기 조직 운영비로 나누어 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선 패배 직후 최 의원과 친목모임을 결성했던 중진 10여명도 시선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총장은 "최 의원에게 돈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유입설을 부인한 뒤 "다만 방대한 선거기구를 총괄하다 보니 긴박하게 이뤄진 사안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 말이 맞다면 100억원은 이 전총재의 유일한 사조직이자 후원회인 '부국 팀'으로 간 것이 된다. "돈을 준 생색을 내는 데는 눈이 많은 공조직 보다 사조직이 나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여기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부국 팀 관계자는 "후원회는 SK비자금이 들어오기 전인 지난해 11월26일 이 전총재의 의원직 사퇴 때 당 직능특위에 편입돼 비자금을 따로 받을 입장이 아니었다"며 "선관위의 실사까지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1,2억원도 아닌 100억원을 이 전총재 모르게 받을 수 있는 측근도 없고, 이 전총재가 이를 알았다면 묵인할 사람도 아니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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