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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 호흡… 정말 부부같다고요?"/"졸업"서 또 부부로 윤소정·이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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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 호흡… 정말 부부같다고요?"/"졸업"서 또 부부로 윤소정·이호재

입력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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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씨 엉덩이 춤 그렇게 추면 어떡해." "아니 그럼 어떻게 춰요, 이 정도면 됐지." 극단 컬티즌의 창단 공연으로 기획된 '졸업'(이만희 작, 황인뢰 연출)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 연습실. 죽음을 한달 앞두고 '생전 장례식'을 치루는 아내 역할을 맡은 윤소정(59)이 못마땅한 얼굴로 남편 역을 맡은 이호재(62)의 아픈 곳을 찔러댄다.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팝송 '서니(Sunny)'에 맞춰 마지막 춤을 춰주는 남편 치고는 몸 동작이 어설프다는 것이다.이호재가 누구인가? 1963년 극단 행동무대의 '생쥐와 인간'으로 처음 무대에 선 이래 폭발적 연기력과 정확한 화법으로 한국 최고의 배우로 손꼽혀 온 그다.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연극사의 살아있는 증인인 그도 윤소정 앞에서는 꼼짝 못 한다.

윤봉춘 감독의 딸로 64년 동양방송 1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윤소정은 방송, 영화, 연극을 두루 넘나들며 섬세하고 여성적인 연기를 펼쳐왔다. 스스로 "연기를 너무 못하는 것 같아서 늘 연습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그는 연극에 관한한 욕심꾸러기다. 자신은 물론 다른 배우들의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손수 맡아 해결할 정도다. 때문에 연기를 하며 주변에 이런 저런 주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소정의 이런 요구를 겉보기에는 무뚝뚝해 보이는 이호재는 불평 한마디 없이 받아 넘긴다.

"처음에 호재씨가 '쇠뚜기 놀이'에서 출연한 걸 남편과 함께 드라마센터에서 봤는데 너무 잘해서 단박 저 사람이랑 꼭 같이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맘이 생겼어." 손자를 둘이나 둔 할머니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윤소정은 이호재와의 만남이 엊그제 같은 모양이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96년)에서 호재씨 연기 진짜 잘했어. 아휴, 정말 클린트 이스트우드 저리 가라였어." 윤소정은 아무래도 자기는 이호재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 하다며 웃는다. "그랬나요? 난 번번이 부수고 화내는 역할만 해서 그런 것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랑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 출연하면서부터 서정적 작품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이가 세 살이나 많은 이호재지만 언제나 윤소정에게는 깎듯이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처음 연극을 같이 할 때 연출자가 그렇게 부르는 걸 덩달아 따라 부르다가 입에 배어서다. 게다가 윤소정은 그에게 '형수'이기도 하다. 연극계에서 그를 가장 아껴주는 선배 중의 하나인 배우 오현경(73)씨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우린 벌써 부부로만 같이 연극에 출연한 게 일곱, 여덟 번은 돼. 이혼한 부부, 불륜 관계까지 안 해 본 역이 없어." 윤소정은 지난해 이호재의 연기인생 40년을 기념하는 공연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에 우정 출연하기도 했다. "서로 대본 한 번만 읽고 입을 맞춰보면 되니까 같이 무대에 서면 편해요." 그들은 함께 한 시간이 결코 싫지 않은 듯했다.

"내년에 아마 전무송이랑 '두 기사 이야기'라는 작품을 할 것 같아요." 이호재가 내년 공연 계획을 말하자 윤소정은 대뜸 "나도 거기 출연할래"라며 끼어들었다. "그건 역할이 너무 작아서 안돼요"라고 말리는 그를 향해 윤소정은 "어때, 그래야 의리 있는 거 아냐?"라고 따지고 들었다. 부부가 서로를 닮으며 늙어가듯 두 배우는 그렇게 서로를 향해 있었다. 공연은 10월25부터 11월2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 (02)765―5476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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