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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 설땅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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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 설땅 잃어간다

입력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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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국내 전통산업이 설자리를 잃고 있어 우리나라 제조업이 자칫 중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넛 크래커'(nut cracker· 호두까는 도구)에 낀 호두같은 처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삼성경제연구소는 22일 '제조기술 기반의 원가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다국적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한국 제조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이 고임금을 피해 생산 거점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으나 핵심 기술 부족과 중국의 임금 상승으로 인해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하고 중국의 임금 상승 추세를 볼 때 저임금 메리트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의 특허 전문 조사업체인 CHI리서치의 조사를 인용, 2002년 한국의 기술 혁신 수준은 조사대상 60개국 중 5위로 평가됐지만 미국을 100으로 볼 경우에는 4.0 수준에 불과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안이하게 대응할 경우 넛 크래커 상태에서 도태당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내수 기반 약화와 임금 상승, 노사 관계불안 등 각종 악재가 산적한 데다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 공동화가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산업기반 침하와 활력 상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제품이 가격 경쟁에서 더 이상 밀리면 곤란하며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원가를 몇 십%씩 절감하는 획기적 처방과 제조기술 혁신을 가격 경쟁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호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저가 파상 공세에 대응해 제조업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핵심 기술과 부품, 설비의 우위를 확실히 갖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 등으로 시설을 옮기는 것은 수명을 잠시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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