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잠잠하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의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 움직임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을 계기로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 등으로 야기된 우리 사회의 보·혁 대립이 더욱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보법 개정 의사 표명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나 국회 상정이 무산되면서 사그러들었고 참여정부 들어서는 법무장관이 4월 대체 입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나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박래군씨는 22일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여러 번 개정 권고를 받아왔던 국가보안법이 송 교수 사건을 계기로 다시 등장해 색깔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다시 나서겠다"고 밝혔다. 1999년 범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했던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소속 단체 대표들이 23일 기독교회관에 모여 국보법 폐지 운동을 어떤 방식으로 재개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인권하루소식 배경내 편집장은 "98년 이미 사상전향제도는 폐지됐고 지난 7월 법무부가 준법서약서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며 "검찰이 이미 사라진 '전향'이라는 단어를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방부가 사실상 주적 개념을 폐기한 마당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배재대 법대 김종서 교수는 "국가보안법의 대부분 조항들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했을 경우 파생된 조항"이라며 "제7조를 제외하면 형법의 내란·외환·간첩죄와 많이 중복돼 존재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으며 대만 등 일부 분단국의 경우 유사 국가보안법이 존재하지만 조항이 단순하고 인권침해요소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관계자는 "한총련 합법화 논의가 진전되고 있고 한총련 관련자가 아니면서 국보법으로 구속된 사례도 단 한건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최병모 회장도 "한총련이 합법화되는 마당에 만일 우리 사회가 송씨를 포용할 수 있다면 이를 사실상 국보법 폐지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의 반응도 뜨겁다. 몇몇 사이트에는 수백명의 네티즌들이 몰려 국보법 반대, 송씨 처벌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네티즌 공남식씨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억압하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네티즌 이윤경씨는 "기본 인권을 짓밟는 무자비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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