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회째를 맞은 전세계 게이머들의 올림픽 '월드사이버게임즈(WCG) 2003'이 18일 1주일 간의 경기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그러나 독일과 대만이 종합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1, 2회 연속 우승을 따 냈던 한국은 3위에 그쳐 충격을 주었다.12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된 이번 WCG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차지했으나, 금메달 2개는 모두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개인전(이용범)·단체전에서 딴 것이었다. 국내에서 프로게임리그까지 열리고 있는 '워크래프트3'는 단 한 명도 입상하지 못했다. 축구 게임인 피파2003의 경우 기대를 모았던 이지훈은 일찍 탈락하고 최대한 선수가 동메달을 따 체면 치레를 했다. 반면 독일에서 온 쌍둥이 데니스·다니엘 쉘하세 형제는 평소 하루 2시간 정도밖에 연습을 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피파 2003 종목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단체전 금메달까지 따내 독일의 1위에 큰 공을 세웠다.
한국 부진의 이유
1, 2회 때 거의 전 종목 메달을 휩쓸었던 한국이 부진했던 것은 외국, 특히 유럽 지역에서 게임 열풍이 불면서 성적이 상향 평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독일의 쉘하세 형제는 독일, 스웨덴 등에서 게임 열풍이 불어 게임 전문 방송국이 설립되고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게임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수년 전부터 게임 방송국이 생겼고, 프로 게임단이 마치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처럼 정규 리그전을 치르고 있는 한국처럼 게임이 '주류 문화'로 부상한 곳은 아직 없는 상황. 따라서 단순히 게임 실력의 평준화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만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로지 스타크래프트에만 편중돼 있는 한국의 e스포츠 문화를 패인으로 꼽고 있다. 사실 올해 열린 대부분의 게임 리그는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에만 치중, 피파2003이나 에이지 오브 미솔로지 등 다른 게임 대회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 특히 발매된 지 5년이 넘은 스타크래프트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제 '한 물 간' 게임이어서 다음 대회에 공식 종목으로 채택될지조차 불확실하다.
세계 최고의 게임대회로 자리잡아
이번 WCG에는 55개국에서 60만 명의 게이머들이 예선전에 참가했으며, 이중 600여명의 대표선수들이 선발돼 한국을 찾았다. 또 CNN, 로이터, 스웨덴의 TV 4, 영국의 가디언, 중국 CCTV 등 세계 유수의 매체에서 300여명의 기자들이 찾아와 WCG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게임 대회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줬다. 대회 기간 게임 컨퍼런스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게임개발자들도 잇따라 내한, 게임 팬들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정작 관람객은 그렇게 많지 않았으며, 특히 평일 낮에는 국제대회답지 않은 '썰렁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돼 아쉬움이 남았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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