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48·사진)씨가 남편을 이어 현대그룹 경영을 맡게 됐다.현대그룹은 21일 현대엘리베이터 임시 이사회를 열어 현씨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으며 현 회장은 이사회후 공식 취임했다고 밝혔다. 강명구 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회장은 퇴임하고 현대택배 회장직만 유지하기로 했다.
현 신임회장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확보함에 따라 자연스레 현대그룹 회장직을 계승하게 됐으며 정 회장 사후 불안했던 그룹의 지배구조도 안정을 찾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 신임회장이 기업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엘리베이터, 상선, 택배 3두 체제
현 회장 취임으로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택배 등 3개사를 주력으로 재편된다.
정몽헌 회장 당시 현대그룹은 이들 3개사와 아산, 증권, 종합상사 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서열 15위권의 중위 그룹이었다. 이중 현대증권,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증권 3사는 현재 정부주도로 매각이 추진중이며, 현대종합상사는 9월 그룹에서 완전 분리됐다. 현대오토넷, 현대정보기술도 매각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 대북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자력생존이 불가능해 정부측의 지원을 고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엘리베이터와 상선, 택배 등 3개사 체제로 나아갈 것"이라며 "현 구조조정본부는 해체돼 현대상선에서 흡수, 현 회장 경영을 보좌하는 형식으로 축소된다"고 밝혔다.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
각 계열사는 당분간 큰 변화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강명구 회장이 택배쪽을 전담하고, 엘리베이터 역시 현 최용묵 사장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또 현대상선은 노정익 사장 취임이후 경영이 나아지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신임회장은 "현대그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각 계열사는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할 방침"이라며 "주주의 이익을 위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투명경영을 실천, 시장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사업 지속
현 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확보함에 따라 현 회장의 대북사업 관여여부도 관심사. 현 상황에선 어떤 방법으로든 현 회장이 정몽헌 회장의 유지인 대북사업을 끌어안을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다음달 15일 정 회장 100일 탈상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할 것으로 보여 3일 후 북한에서 열리는 '금강산 5주년 기념'행사에 현대측 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 현정은 회장은 누구
현정은 신임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으로 현대상선 현영원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이자 용문학원 이사장인 김문희 여사 사이의 4녀중 차녀이다. 또 고 김용주 전방 창업주의 외손녀이자 김창성 경총 회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외삼촌이다.
경기여고, 이화여대를 졸업한 현 회장은 1976년 정 회장과 결혼, 딸 지이(26), 영이(19)씨와 외아들 영선(18)군 등 1남2녀를 뒀다. 소탈한 성격인 현 회장은 결혼 후 대한여학사협회 재정분과위원, 걸스카웃 연맹 중앙본부 이사 및 홍보·출판 분과위원장을 맡는 등 여성계쪽에서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현 회장의 경영능력 부분. 현대그룹 관계자는 겉으로는 부드러운 성품이지만 '강단'이 있는 '외유내강(外柔內剛)형'으로 충분히 그룹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 회장의 큰딸인 지이씨는 다음 달부터 현대상선에서 평사원으로 근무하며 경영자 수업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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