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이어 경북 포항에서 또다시 거액의 현금수송 차량 도난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 역시 현금수송업체 직원들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사건발생
20일 오전 9시12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유강리 대림2차 한숲타운아파트 상가 앞에서 현금 3억2,400만원이 실린 현금수송 차량이 도난 당했다. 도난당한 현금수송 차량 경비원은 모두 3명이었으나 사건 발생 당시 차량 문만 잠그고 키를 꽂아둔 채 15m 떨어진 상가 현금인출기에 돈을 채워 넣던 중이었다. 사건을 목격한 주민 박모(28·여)씨는 "주황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20대 남자 1명이 운전석 창문을 깨고 침입해 차를 몰고 달아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N현금수송업체 경비원 정모(24)씨는 "범인이 현금지급기 입구에 나무막대기로 빗장을 걸어 한동안 나오지 못하다 간신히 문을 밀치고 나와보니 이미 차량이 사라진 뒤였다"고 말했다.
N현금수송업체는 (주)한국전자금융으로부터 현금수송을 의뢰받아 이날 포항서 첫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수송 차량은 사건 발생 1시간30분쯤 후인 오전 10시40분께 800여m 떨어진 대림3차 한숲타운아파트 302동 지하1층 주차장에서 발견됐으나 현금은 모두 사라진 뒤였다. 경찰은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4,000만원이 든 가방을 발견, 피해금액은 2억8,400만원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하주차장 폐쇄회로TV 분석 결과, 현금차량이 진입한 뒤 다른 차량이 나오지 않은 점으로 미뤄 공범들이 아파트주차장 입구 등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현금을 옮겨 실은 뒤 달아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한편 충남경찰청은 1월과 9월 대전에서 각각 4억7,000만원과 7억여원이 실린 현금수송 차량이 통째로 도난당한 사건과 이번 사건이 유사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포항에 수사팀을 보내 조사하고 있다.
문제점
경찰청은 지난달 26일 대전 현금수송차량 도난사건을 계기로 현금 등 중요 물품을 수송할 때는 직원들이 모두 하차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감독명령을 호송경비업체에 보냈다. 감독명령은 3인 이상 호송과 호송시 금고 2중 잠금장치 사건발생 직후 신고 등 현장조치 등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현금수송 업체 직원들의 보안의식은 0점에 가까웠다. 경비원 3명이 한꺼번에 차량을 비운데다 현금을 차량내 금고에 보관하지 않고 별도의 가방 22개에 넣어 차량 뒷좌석에 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난 사실을 사건 발생 20여분 후인 오전 9시36분께야 신고해 경찰의 신속대응을 어렵게 했다.
/포항=이정훈기자 junghunlee@hk.co.kr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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