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빗나간 성 문화는 치유 불가능한 병일까.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비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윤리적, 법적, 경제적 측면에서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성을 상품화해 사고 파는 향락산업은 계속 번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향락산업이 독버섯처럼 빠른 속도로 번창하는 것은 무엇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성문화연구소 서정애 연구실장은 "남성들의 '욕구 해소'라는 무한한 수요와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공급세력의 존재 때문에 향락산업 규모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성 정체성이 부족한 청소년들까지도 자연스레 이 길로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성매매 실태 및 경제규모에 관한 전국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성매매 산업의 규모는 연간 24조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어서고 있다. 사창가, 유흥주점, 마사지업소 등 성매매 업소를 출입하는 남성들은 하루 평균 35만8,000여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락산업의 발달로 경제구조가 기형화하고, 서비스업이 1·2차 산업인력을 흡수하는 등 산업구조의 불균형도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형사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성매매 업소에 근무하는 여성은 33만명으로, 20∼30대 여성 취업 인구의 8%에 달했다.
서정애 실장은 "성매매 업소는 대부분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 거래를 하기 때문에 소득신고를 누락해 세금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막대한 돈을 긁어 모은다"며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향락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세금만이라도 제대로 걷는다면 그릇된 성적 일탈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락산업의 외형은 팽창하는데 비해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취약한 편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스와핑만 해도 어떤 형태로든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게 사실인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규율이나 규정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 성매매 사범의 84%가 약식재판에 넘겨져 벌금형만 받고 있는 등 허술한 사후 처벌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원조교제' 역시 처벌과 신상공개 등 규제가 강력해졌지만 위헌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반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문화연대 지금종 사무처장은 "가정에서는 성의 소중함과 순수성을 가르치면서 정작 가정 밖에서는 돈을 주고 성을 사고 파는 이중적인 성에 대한 인식이 성적 일탈을 부추기고 있다"며 "서로를 손가락질할 것 없이 구조적인 문제점을 사회 전체가 나서 파헤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이미정 연구위원은 "성매매에 나서는 여성은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빚이 쌓여가면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며 "정부가 실태조사를 철저히 벌인 뒤 이 문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호텔주점에 윤락용 객실임대
호텔 임원이 호텔내 유흥업소에 '윤락용' 객실 수십개를 임대해 줬다가 적발됐다. 더욱이 이 호텔은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에도 최근까지 불법 윤락행위를 계속해온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검 강력부(김홍일 부장검사)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뉴월드호텔 내 고급 유흥주점 사장 송모(53)씨를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이 호텔 전 상무 함모(47)씨를 같은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송씨는 2000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여종업원과 손님을 상대로 하루 평균 75차례에 걸쳐 윤락을 알선하고 화대 60억원을 받은 혐의다. 또 함씨는 송씨와 월 4,500만원을 받고 윤락용 객실 49개를 임대해준 혐의다.
뉴월드호텔은 최근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금품 수수 의혹과 연루된 썬앤문 그룹이 지난해 10월 인수했으며, 전 경영자 김모씨가 썬앤문측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소유권 분쟁에 휘말려 있다.
한편 썬앤문 그룹측은 "주점이 영업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윤락용 객실 임대 등은 호텔 인수 이전의 일로 전혀 모르는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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