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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도 새헌법 초안 발표 눈앞/아프간 "코란+민주 융화"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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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도 새헌법 초안 발표 눈앞/아프간 "코란+민주 융화" 실험

입력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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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의해 '해방된' 이슬람 국가의 새 헌법은 어떤 모습일까?9·11 테러 이후 미국의 첫번째 점령국인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규정할 새 헌법 초안이 오랜 논의 끝에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18일 "뿌리깊은 이슬람 전통과 점령국이 선물한 서구식 민주주의를 하나의 헌법에 담아야 하는 딜레마가 아프가니스탄 앞에 놓여 있다"며 "새 아프간 헌법은 코란과 민주주의를 섞는 요술과 같다"고 전했다.

최종 합의 시한인 12월까지 각 정파·종파·부족 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이번 헌법 제정 과정은 미국의 이라크 안정화 과정에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프간의 헌법 제정은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아프간의 국가재건 일정을 규정하고 있는 2001년 본협약에 의해 정해졌다. 곧 발표될 초안은 6주 간의 공청 기간을 거쳐 최고 의결기구인 로야지르가(종족대표자회의)에서 최종 토의 후 승인 받게 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새 헌법의 골간은 국민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제와 중앙집권형 정부 구성, 여성 의원을 포함하는 상하 양원의 의회와 독립적인 사법부를 두는 3권 분립 등 서구식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여기에 다당제, 자유시장경제 등을 토대로 개개 시민의 권리와 인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미국의 직간접적 영향력 아래 놓인 헌법 제정위원회가 마련한 초안은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방 군벌 등으로 구성된 로야지르가 구성원들이 벌써부터 보다 강력한 이슬람 율법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샤리아'(근본주의적 이슬람 율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코란을 무시하는 헌법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로야지르가에서 강력한 대응을 벼르고 있다.

이 같은 반발을 감안, 헌법 제정위는 초안에 '아프간은 이슬람 원칙에 위배되는 어떤 법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명기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프간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보호 없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헌법에 반영시키라"는 등의 서방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일반 대중 역시 강력한 이슬람 율법의 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 제정위가 수 주 동안 전국을 돌며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탈레반 정권 붕괴가 세속주의 정권 등장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이슬람의 토대가 없는 자유나 평화는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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