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당신 옆에는 입 냄새가 나는 키가 큰 두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당신에게 아주 잘해주고 싶어하지만, 당신은 그 모든 것이 짜증의 대상이다. 앞으로 20년 동안 그들은 더욱더 짜증스럽게 변모하고, 당신은 더욱 더 똑똑해질 것이다."
카툰집 '나쁜 엄마 나쁜 아빠'(로버트 맨코프 엮음·양기찬 옮김·문이당 발행)의 머리말을 쓴 미국 시사만화가 로즈 채스트는 아이들이 탄생했을 때부터 성장하기까지를 이렇게 묘사한다. 아이들이 정말 이렇게 생각한다면, 머리칼 솟구치는 기분이 들지 않는 부모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연재된 한 컷짜리 시사만화들 가운데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된 부모와 자녀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것들만 모은 이 카툰집은 아이들의 세계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제는 'The New Yoker Book of Kids Cartoons'.
병원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아빠와 함께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이렇게 말한다. "오, 맙소사! 이제 고생문이 훤하네." 아이는 힘들게 부화한 병아리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엄마 닭은 깨진 껍질들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얘, 똑똑히 봐.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그러나 아이들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가족의 일원이 되고 부모뿐만 아니라 친구, 학교, 세상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꿈의 리모컨'이란 만화를 보자. '일어나' '양치해' '머리 빗어' '빨리 해' '식사해' '숙제 해' '내려 놔' '집어' '동생 괴롭히지 마' '가서 자' 등 리모컨에는 20개가 넘는 버튼이 있다. 사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서 하루 종일 이런 말을 수없이 듣지 않는가.
학교생활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성적표를 든 아이가 거실에서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는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회사에서 회계 처리할 때 실수한 것 기억하시죠?!" 두 청소년이 학교 사물함 앞에서 대화를 나눈다. "아무 것도 배운 건 없지만, 학교는 내가 일생 동안 등짐을 잘 꾸리도록 완벽하게 준비시켜주지." "엄마, 울지 마세요. 많은 부모들이 일류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아이들을 두고 있어요. 그래도 그 애들은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아가잖아요." 대입시험 낙방 통지서를 받은 아들이 울고 있는 엄마를 위로하는 장면이다.
부모의 이혼은 이렇게 받아들여진다. "그래, 네 양육권은 어떻게 결론 났니?" 유치원에서 간식을 먹는 아이들끼리 하는 얘기다. 거대한 공장 굴뚝이 바라보이는 사무실에서 부자 어머니가 딸에게 말한다. "얘야,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너의 전 남편과 그의 변호사에게 넘어갈 거란다."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아이들이 직면하는 상황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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